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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크핑거 Dec 17. 2020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

카지노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도박의 법칙을 알아냈다는 수학교수를 보고 안쓰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 당연히 그 교수는 전 재산을 탕진하고 폐인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 역시 통계를 공부했고 그런 착각에 빠져서 십여 년 정도를 매달리고 난 후에야 깨달았는데, 인간은 확률을 통제할 수 없다.


그게 가능한 인간이 있다면 이미 그는 세상의 유일한 정복자로 등극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확률에 도전하는 인간은 철저한 추락을 경험한다.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확률에 도전하는 인간은 최악의 확률에 연달아 당첨되며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최악의 확률이 연달아 일어나지 않는 한 실패할 리 없다고 과감하게 한 투자는, 그 최악의 확률이 연달아 일어나며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이것만큼은 정말로 놀랍게도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 생각엔 신이란 주사위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삶이란, 인생이란, 이 세상이란 언제나 기대나 예상, 예측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되어 있다. 심지어 그 예측이 어긋나리라고 예측하면 그 예측이 다시 어긋나서 예측이 들어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이용해서 또 다시 예측의 예측으로 예측하려고 하면 그 때는 또 빗나가고 만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언제나 현실에 농락당하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나는 이걸 '5분 후의 예측 실험'이라고 부른다. 지금으로부터 5분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해보자. 그리고 5분후에 정말 그 일이 일어났는지 보자. 이건 매우 신기한 실험인데, 5분후에는 5분전의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나 있다. 심지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미래는 감히 인간의 예측대로 되는 법이 없다. 혹은 인간 인식 구조 자체가 그걸 절대 예측할 수 없도록 한계가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글을 쓰는 나는 이걸 매번 체감하는데, 이런 글을 써야겠다고 구상하고, 이렇게 쓰면 5분 뒤에는 이런 내용을 쓰고 있겠지 하고 예상하지만, 실제 글을 쓰면 글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결국 매번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글을 쓰게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글을 쓰는 창작의 즐거움 같은 건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쨌건 그런 결과로 인간은 당연히 하루 뒤의 일도, 한 달 뒤의 일도, 일 년 뒤의 일도 예측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하루 뒤나 한 달 뒤, 혹은 일 년 뒤의 세상은 절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뉴스에 사망자로 나온 사람 역시  어제는 자신이 하루 뒤에 죽을 줄 몰랐을 것이다. 하물며 일 년 전의 우리는 일 년 후의 세상이 전염병으로 인해 이렇게 되어 있을 줄 몰랐다. 그 어떤 인간도 미래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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