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노자 Aug 05. 2020

사우디 생활기

Episode 1. 코로나를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회사생활 26년 차, 그중 21년을 한비야 선생님보다 약간 더 오지를 돌아다니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했다고 자부합니다. 미얀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서부 아프리카, 브라질, 이란 등 25개국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족과 정착하여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회사 출장으로 일 년에 반이상을 5대양 6대주를 돌아다니며 그간 경험한 외노자 생활을 과장되지 않게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Episode 1, 사우디에서 코로나를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중동, 미국 등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은 동네가 없다고 하지만 여기 사우디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원래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되고 한국에서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게 되지만 여기는 그 정도가 특히 더한 것 같다.


대망의 2020년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생되었고, 한국이 한참 코로나로 고생하고 있을 때 "Corona Free Country"에 살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사우디가 그거 하나는 좋은 점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사우디의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2월 말 코로나 초창기에 살만 국왕이 과감하게 국경을 봉쇄하고 모든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의 재택근무를 지시하여 무탈하게 잘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사우디 노동인구의 1/3을 차지하는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3D업종에 종사하는 3국 인력들이 확산의 단초가 되어 지금까지 매일 2,000명대의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8월초 현재 1,200명대로 감소)


심지어는 주사우디 한국대사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여 두 번이나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였고, 대사님 등 밀접 접촉자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외교라인을 통해 사우디 외교부에 공식 요청하였지만 결국은 PCR test는 받지 못하고 중국산 혈청 테스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 일반 외국인 거주자들이 PCR 테스트를 받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대사관에서는 특별 공지를 통해 심각한 질환이 아니면 병원 출입을 삼가는 것이 좋다는 공지를 할 정도이니 정말 "아프면 약 한 첩 못써보고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가족들은 컴파운드 외에는 출입을 안 하는 터라 좀 안심을 했는데 청소 및 시설을 관리하는 컴파운드 운영인력의 대부분이 3국 인력이며,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사우디 및 3국 인력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는 건설현장 감독 또는 사우디 공공기관 컨설턴트들이라 오히려 개인주택보다 더 취약한 상황이다.


결국 컴파운드에 있는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미니마트 등은 오히려 피해야 할 장소가 되어서 결국은 컴파운드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운동의 전부가 되었다. 출근을 해도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민간업체들과 대면 면담은 어려운 경우가 많고 외식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일별 확진자 발생이 1,200명으로 줄어 들어서 몰에 쇼핑을 하러 가는 등 약간은 정상 활동을 하게 되었지만 항상 불안하다. 


코로나로 인한 강제 격리기간 동안 아이들과 와이프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순차적으로 인터넷으로 구입(보복구매)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슬기롭게 코로나를 이겨 내게 되었던 것 같다.


"PS4" 구입 

3월 초에 한시적으로 시작되었던 원격수업이 1학기 내내 지속되어 답답해하는 아이들의 운동을 위해 급하게 인터넷으로 구입을 하였지만, 춤을 추는 게임인 "Just dance"를 하려면 동영상 인식 카메라를 사야 하는데 물량이 없어서 거의 한 달 만에 비싸게 구매를 했다.

뭐 당연히 초기 한 달 이후에는 흥미를 잃어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FIFA, Call of duty 등 게임을 사봤지만 별 재미를 못 느꼈다. 이건 실패.


"Band of Brothers" 애장판 DVD 득템

특별 비행기 편으로 하나둘씩 외국인들이 귀국을 하고 말로만 듣던 Garage sale 및 물품 나눔이 많아져서 우연찮게 "Band of Brothers" 애장판 DVD를 득템 하게 되었다. 창고에 있던 DVD를 찾아서 Play를 해보니 "Country Lock"에 걸려 있었다. "음, 그래서 무료 나눔을 했군." 하지만 한국인의 뚝심을 발휘하여 Lock도 풀고 시청을 하게 되었지만 영 Sound가 마땅치 않았다.


"Home Theater system" 구입 

부족한 Sound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인 찬스를 통해 LG 홈시어터 시스템을 반값에 구입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기존 TV 화면이 너무 작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소리는 웅장한데 화면이 너무 작아 몰입이 안된다. 귀국할 때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IKEA나 포터리반을 갈 때마다 가구에는 눈길도 안 줬는데 대형 TV를 사야 하는지를 고민하다니.......


"LG 75inch TV" 구입 

결국 인터넷 최저가에 혹해서 TV까지 구매하게 되었다. 사우디 최대의 전자제품 매장인 "Extra"에 방문해서 당초에 염두에 두었던 65인치가 아닌 75인치를 구매하게 되었다. 스마트 TV를 왜 여태까지 모르고 살았는지 정말 신세계가 열린 것 같다. 뭐 일단 귀국하면 이 큰 TV를 어디에 놓을 것인지는 나중에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천장에 붙이고 누워서 시청을 해야하나~~"


드롱기 커피머신 구입 

해외 주재원 생활이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겠지만 가장 좋은 것이 가족들과 1년에 최소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이 었는데 코로나 덕분에 여행을 못 가니 그 돈으로 원하는 것을 사자는 와이프의 뽐뿌질에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 자동으로 라테까지 만들어 준다는 제품인데 솔직히 나는 원두커피 맛을 모르겠다. 게다가 커피머신을 사면 원두를 사야 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사우디에서는 좋은 원두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간과했다.


"빵 반죽기" 구입 

컴파운드에서 운영하는 쇼핑몰까지의 셔틀버스가 코로나 때문에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자 한국 아줌마들 사이에 제빵 열풍이 불었다. 몇 번이나 사용할까 싶어서 반죽기는 못 사게 했는데 "한정 세일"이라는 미명 하에 또 구입하게 되었다. 근데 와이프보다 막내딸이 더 재미를 붙여서 식빵, 곰보빵, 꽈배기, 소시지빵, 치아바타, 쿠키, 떡 등 파는 것만큼 맛있는 빵을 해준다. 덕분에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고 시간도 잘 보내고 1석 2조가 되었다. 근데 직접 빵을 만드는 것을 보니 버터와 설탕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코로나 기간 동안 "슬기로운 감방생활" 같은 연금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쇼핑을 통해 감옥 같은 사우디 생활을 재미있게 견뎌내고 있다. 인생에 있어 이런 경험을 또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가족과의 유대감이 최대로 커졌다는 점은 코로나의 장점이 아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