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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Jan 02. 2021

사우디아라비아 생활기

Episode 2.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보니

회사생활 26년 차, 그중 21년을 한비야 선생님보다 약간 더 오지를 돌아다니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했다고 자부합니다. 미얀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서부 아프리카, 브라질, 이란 등 25개국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족과 정착하여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 년에 반이상을 본의 아니게 회사 출장으로 5대양 6대주를 돌아다니며 그간 경험한 외노자 생활을 과장되지 않게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1996년에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나름 모범운전을 하는 터라 보험처리가 필요한 사고를 경험하지 못했는데 이역만리 사우디에서 몇 번의 사고를 경험하게 되었다. 사우디에서 운전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항상 조심을 했지만 후방에서 추돌하는 데는 방법이 없었다.


사우디 사람들은 정말 일관성 있게 운전을 거칠게 한다. 외국인들끼리 하는 이야기로는 좌충우돌 낙타를 몰던 습관이 그대로 운전습관으로 고착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현대 자동차 지사장 말로는 사우디에 수출하는 차는 깜빡이 및 헤드라이트 두 가지 기능을 빼고 수출해도 될 것 같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끼어들기"가 난무한다. 가끔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측으로 끼어든다는 부산 사람들의 운전습관을 보여주는 운전자들도 있어 고향에 온 것 같은 향수를 느끼게 한다.


2018년도에 여성들의 운전이 허용된 이후 여건이 더 열악하게 된 것 같다. 주재원들끼리 농담처럼 여성 운전자가 보이면 무조건 피하라는 말을 하는데 일단 면허 신청자가 적체되어 무면허 운전자가 많고, 초보 운전자의 특성상 차 간 거리 확보가 익숙지 않아 추돌사고를 많이 내는 편이다. 주재원들 중에 사고 경험자가 많으니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3국 인력들은 사우디 고용자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운전을 하면서 푸는 경향이 많아 과속 및 이상 운전을 하는 X들이 많다. 하여간 총체적 난국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이 많은 사우디에서 차를 이용한 출퇴근은 정말 스트레스이다.


첫 번째 교통사고

이런 우연이 있나 싶을 정도이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다행인 케이스였다. 우회전으로 골목으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과속을 하던 봉고차가 좌측 후방을 추돌했다. 다행히 몸에 이상은 없었지만, 사우디에 온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당한 사고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샐리의 법칙"인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도 전화를 받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고를 낸 상대차 운전자가 갑자기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자기 보스가 올 거라고 한다. 알고 보니 리야드에 한 곳 밖에 없는 한국식당의 차였다.


사우디에서의 최초의 사고를 한국인 소유 차와 난 것이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식당 사장님이 오셔서 이유 상관없이 모두 자기 책임으로 자기가 아는 수리센터에서 수리를 해준다며 명함에 서명까지 해서 주셨지만 불안함이 가시지를 않았다.


게다가 회사에서 리스한 차를 타고 나와 사고가 나서 나중에 리스차를 반납하면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현대 직영수리센터에 입고시켜서 차를 수리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한국식당의 스폰서가 Wallan이라는 현대 자동차 Dealing 회사의 부사장이라 수리도 3일 만에 일사천리로 해결되고 나중에 리스를 반납할 때도 전혀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이메일까지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사우디의 사고처리는 사고 전담 경찰(Najm)에게 조사를 받고 사고처리 조서가 있어야 차량 수리가 가능하다는데 이렇게 잘 해결되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단다.


두 번째 교통사고

사우디에서 운전을 난폭하게 하는 부류 중 가장 위험한 케이스가 10대들이다. 이미 유튜브에 보면 Crazy Saudi Drifting으로 유명하다. 공공교통수단이 거의 없다시피 한 현지 여건상 대학생이 되면 무조건 운전을 하게 되는데 학교가 개학하는 3월과 9월이면 도로의 정체가 심각하게 증가되고 도처에 사고차들이 보인다. 휴대폰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들의 특성상 추돌사고가 많다고 한다. 출퇴근 때 땡볕에 사고가 나서 서있는 차량을 보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나도 대학생과 추돌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사우디에서 제일 큰 도로인 "King Fahad road"에서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난 사고인데 내려보니 뒤 범퍼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크게 파손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사고차 운전자가 어려 보이는데 후방에서 추돌을 하고도 별로 미안한 표정도 아니고 내려서 확인하더니 그냥 가란다. 분명 영어를 알아듣는 눈치인데 모르는 척한다. 게다가 사고를 내고도 전혀 미안한 모습이 아니라 더 얄밉다. 사고 전담 경찰(Najm)을 부르자고 하니 부르려면 네가 부르란다.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여  Najm App도 깔고 전화번호도 저장해놨는데 도로 한복판이라 그런지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잘 안된다. 가까스로 Najm에 신고하고, 사무실의 PRO(현지 공무담당자)에게도 사고 장소로 와달라고 연락을 했다. 사고 사진을 찍는데 출근길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나를 쳐다보고 지나간다. 게다가 아침인데도 기온이 무려 40도에 육박한다. PRO를 기다리고 있는데 경찰이 와서는 사고 상황을 물어보더니 일단 도로에서 차를 빼란다.


경찰의 지시에 따라 차를 갓길로 옮기고 사고 상황을 설명하는데 경찰이 내 영어를 못 알아듣고 상대방 이야기만 듣고 있다. 다행히 PRO가 와서 사진을 보여주고 Najm에게 사고 판정을 받으니, 100:0으로 내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정을 받았다. 현장에서 Najm이 사진을 찍고 양 당사자의 사인을 받고 사고 판정서를 휴대용 프린터로 뽑아서 준다. 나중에 보니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와 있어서 모바일로도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사고차 수리 및 보험처리 완료까지는 거의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사우디에서의 사고처리 절차]


1) Najm 신고 및 교통사고 보고서 취득 (전화번호: 9200-00560)

   *App으로 신고하면 아랍어를 못해도 신고가 가능하고 위치 전송까지 되어서 설명이 불요합니다.

2) 교통사고 수리 등록업체 방문 및 사고차량 수리 견적 취득

3) 차량 수리비 지급요청 (자동차보험 연합사무소 방문접수)

4) 수리비 지급 승인서 발급 및 수리비 입금

5) 차량 수리 


교통사고 수리 견적을 받을 때 잘 설명해야 제대로 견적을 받을 수 있으며, 한국과 달리 견적 금액을 바로 계좌로 입금해준다. 지급받은 금액보다 수리비가 더 나오면 대략 난감이다. PRO 또는 사우디 현지인과 같이 갈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PRO 지원을 못 받거나 아랍어를 하지 못한다면 그냥 상호 간에 합의해서 돈을 받고 개인 간에 처리하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 참고로 여기서는 뒷목을 잡고 나와도 별로 긴장을 하지 않았고 우리나라 같은 나이롱환자는 없는 듯합니다.  또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고 이제는 브레이크를 잡을 때면 비상등을 켜고 항상 백미러를 보면서 전전긍긍합니다. 


매일 새로운 난관이 생겨서 마치 에버랜드 같은 Adventure를 경험하고 있는데 그중 제일 큰 난관은 출퇴근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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