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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Nov 01. 2020

오지국가 전문 노무자의 생활기 (Halloween)

Jack O"Lantern

무슬림 왕국, 사우디에서의 "할로윈 데이" 풍경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1,000리얄(약 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할로윈이라니 조금 생경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10월부터 까르푸 등 마트의 초콜릿 판매대에는 할로윈을 맞아 초콜릿 홍보에 여념이 없다.


지인 찬스를 활용하여 유명 컴파운드의 할로윈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아이들을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나도 컴파운드의 할로윈 행사를 구경할 수 있었다. 예전 80년대 서초동 외인주택(현 삼풍아파트)에서 처음으로 경험해본 그 할로윈을 중동 한복판에서 경험하다니 정말 신기하다.


같은 소품가게에서 단체 구매을 했는지 아이템 자체는 똑같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집들이 꽤 보인다. 사우디에서는 구하기 힘든 큰 호박에 조각을 해서 만든 "Jack O"Lantern"도 보인다. 분명 아빠를 갈아 넣은 것으로 보인다. ^^



큰 아이는 초대해준 친구들과 함께 저녁까지 신나게 돌아다닌다. 간만에 맞이 하는 자유를 만끽하도록 힘들면 오라고 했다(시간 제한을 했어도 절대 제 시간에 돌아올 리가 없다 ㅠ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동양, 서양, 아랍 아이들 모두가 뒤섞여서 "We are the world"가 되어 행사 자체를 즐기는 듯 하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더 번잡했을텐데 컴파운드에서 참여 인원수를 많이 통제한 눈치이다.



지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는 내부에서 하는 행사가 더 볼만하고 별도의 이벤트 팀도 초대해서 정말 더 멋진 행사였는데 코로나 여파로 예년 행사의 30% 수준도 안되는 것이라고 한다.


큰딸래미 왈, 아침에 일어나서 약 7시간 가량을 모니터만 쳐다 보면서 수업 받는 것도 큰 고역이라고 한다. 하긴 그 정도이면 공시생들 수준이다. 30분짜리 동영상 강좌도 계속 skip을 누르면서 보는 처지이니 공감이 확 된다.


거의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지난 3월의 국제선 중단조치로 사우디에서 본의아니게 여름을 보낸터라 "원래 사우디의 여름이 이렇게 더웠냐?"라는 질문을 오래 살았던 아줌마들끼리도 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다. 원래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는 6월초부터 9월초까지 본국으로 귀국하여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불쌍한 남편들은 MBA(

Married But Available) 생활을 보내는 것이 Routine이었는데 이번 여름은 온 가족이 한집에서 하루 종일 붙어 지내는 새로운 어드벤쳐를 경험했다.


출장이 많아서 최소 한달에 한번은 사우디 국내출장 또는 해외출장을 다니다가 지난 3월초부터 심지어는 사무실도 못가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정말 가족들과 평생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적이 없을 정도로 24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새로운 추억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와이프는 물론 아이들도 아빠가 어디로 출장을 다니는지 전혀 관심이 없고, 심지어 와이프는 연락조차도 안하다가 통장에서 돈이 인출되지 않거나 카드에 문제가 있을때만 연락을 하는 형편이니 최근 상황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먼 훗날 이런 상황을 뒤돌아 보면서 그때가 좋았네라고 할 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지금은 정말 신기한 체험을 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결혼하고 10년을 써도 다 못쓴 후추 한통을 여기서는 3개월이면 다 쓸 정도로 가정 요리에 충실하게되고 와이프가 요리는 물론 김치까지 담그게 되었다. "가루 요리사"라는 것이 있던데, 역시 고향의 맛은 조미료가 있어야 완성이 되는 것 같다.


소고기 다시다는 할랄 인증을 받지 못해 수입이 안되고 "Magi"라는 치킨 스톡을 대체재로 쓰고 있는데 조금만 넣어도 국물 및 음식의 맛이 달라진다. 사우디에서 제일 구하기 쉬운 것들이 소스들인데,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의 소스들을 연구하는 마음으로 먹어 보고 있다.


소고기의 경우 우리나라 한우처럼 맛있어 보이는 고기는 찾기가 힘들지만, 새로운 부위를 찾아 맛을 탐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고기 부위의 이름을 영어와 불어로 알게되는 신기한 체험도 하게되고, 하여간 모든 것이 새롭다.


2020년은 어쩔수 없고 2021년은 좀 달라지기를 정말 간절하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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