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지배하는 타이밍의 비밀
대학원생인 나는 이번 학기에 두 개의 강의를 듣고 있다. 하나는 오전 11시에, 다른 하나는 오후 3시 30분에 시작하여 각각 1시간 15분씩 진행되는데, 두 강의를 들으면서 자주 느꼈던 것이 있다. 유난히 오후 강의를 들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업 내용이 잘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 오후 강의를 진행하시는 교수님께서 오전 강의의 교수님보다 강의력이 떨어지시는 것도 아니고, 강의 내용이 흥미롭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만 그런 것인가 싶어 강의를 같이 듣는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친구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파인드잡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장 피곤해하는 시간대가 오후 1시~3시(33.2%), 오후 3시~6시(26.7%)라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후 시간대에 피곤함을 느끼고 일의 능률이 많이 떨어짐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오후 시간대에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 몸 안에 자리 잡은 '생체 시계' 때문이다.
책 <언제 할 것인가>에서 여러 연구자들이 하루 시간대에 따라 사람들의 기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사해보았다. 그 결과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긍정적 감정은 위 그래프와 같이 최고점-최저점-반등의 패턴을 보였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긍정적인 감정이 오후 시간대에 급격하게 떨어지며 최저점을 찍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운된 감정은 사람들의 행동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경영대학원 교수 세 사람이 CEO들의 회의를 분석해본 결과, 오후 회의에서 아침 회의에 비해 부정적이고 짜증이 섞인 시비조의 말이 많이 나왔다. 또한, 덴마크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 시간과 시험 결과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더니, 오전에 시험을 본 아이들의 성적이 오후에 시험을 본 아이들의 성적보다 좋았으며, 시험 시작 시간이 늦어질수록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
의사들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술팀이 실수를 일으킬 확률은 최저점 시간이 최고점에 비해 4배나 높았고, 대장암을 일으키는 폴립도 오전과 비교해 오후에 절반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불필요한 항생제를 처방할 확률도 오전보다 오후에 훨씬 높았다. 뛰어난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진료를 받는지도 꽤나 중요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나는 진료 예약이나 회의 등을 모두 오전 시간으로 잡으려 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최저점의 영향력을 고려해본다면, 그 날 집중해서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오후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전에는 예리함,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분석적 작업을 하는 것이 좋고, 반등 구간인 저녁 시간에는 예술이나 창의적 글쓰기 같은 통찰력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최저점인 오후 시간은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오후에 휴식을 잘 취한다는 것이었다. 프로 음악가나 운동선수들은 아마추어에 비해 오후에 휴식을 더 많이 취했으며, 낮잠도 더 일상적으로 자곤 했다. 흔히 전문가들은 몇 시간 동안 한결같은 파워를 내어 훌륭한 성과를 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은 1시간 정도 집중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생산성을 높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최저점인 오후 시간에 효과적으로 잘 쉬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언제 할 것인가>에서는 다음의 방법들을 제안한다.
먼저, 휴식은 가끔 길게 취하는 것보다 짧게라도 자주 취하는 것이 좋다. 실적이 좋은 사람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52분 일하고 17분 쉬었다고 한다.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에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좋다. 1시간마다 5분씩이라도 일어나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며 집중력과 창의력이 좋아진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정수기에 물을 뜨러 자주 가는 것이다. 지압 슬리퍼를 신고 50m 남짓 되는 정수기까지 왕복해서 걸으면 정신이 번쩍 들고, 물도 많이 마시게 되어 일석이조이다.
낮잠을 자는 것도 좋은 휴식 방법이다. 낮잠을 자면 두뇌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며 면역체계를 강화해준다. 하지만 너무 길게 자는 것은 좋지 않다. 낮잠이 20분을 넘어가면 깨어난 직후에 오히려 몸이 무거워지고 인지 기능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수면 무력증'을 겪게 된다. 낮잠은 10분에서 20분 정도 자는 것이 이상적이다. 최근에 나는 나른함을 느끼는 오후 2~3시쯤에 일부러라도 낮잠을 자려고 노력하고 있다. 잠에 드는 시간까지 고려하여 스톱워치를 25분에 맞춰놓고 낮잠을 자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낮잠을 자고 난 직후에 하는 일들은 확실히 집중이 잘 된다.
이 같은 지식들을 이용하여 지금은 오후 강의를 효과적으로 잘 듣고 있다. 학기 초에는 개인적인 업무를 하다가 휴식 시간 없이 바로 강의를 들으러 가서 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강의를 듣기 전에 의도적으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함으로써 좀 더 맑은 정신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자신의 최저점 시간이 언제인지를 파악하고 적절한 휴식을 통해 이 시간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