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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쓰쓰 Jul 02. 2019

100명 앞에서 스피치 해본 썰

6월 빡독 스피치 후기

나는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다. 중학교 때 음악 수행평가 중에 단소 연주가 있었는데, 반 친구들 앞에서 한 곡 전체를 연주해야 했다. 집에서 연습했을 때에는 눈 감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하지만 막상 친구들 앞에 서니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벌벌 떨렸다. 결국 첫 음을 부르지도 못하고 내려와야 했고, 점수는 D를 받았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었는데ㅠㅠ)


이렇게 남들 앞에서 아무것도 못했던 내가, 지난 6월에 우연찮은 기회로 <빡독>이라는 행사를 통해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했다. 지금부터 나의 빡독 스피치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방 안에 100명이 모여 함께 책을 읽는다

우선 <빡독>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빡독은 '빡세게 독서하자'의 약자로 대교와 체인지 그라운드가 주최하는 행사인데, 100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 점심, 저녁 식사도 무료로 제공되고 좋은 강연도 들을 수 있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최고의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빡독은 여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단연 하이라이트는 참가자들의 스피치이다. 매 빡독 행사마다 6명의 참가자들이 약 10분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열심히 사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동기 부여도 되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반성도 된다. 나는 지난 3월에 빡독에 참여했었는데, 당시 들은 참가자들의 스피치가 매우 인상 깊었어서 다음번에 빡독에 참여할 때에는 내가 스피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막상 다음 빡독 신청 기간이 되자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100명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할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 5월 빡독 신청을 하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냈다. 막상 흘려보내고 나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이 너무 아쉬웠고 스피치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후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6월 빡독 때 눈 딱 감고 신청을 하고 스피치 대본을 메일로 보냈다. (사실 이 때도 대본 쓰면서 할까 말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결과 나는 6인의 스피커 안에 드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스피커로 선정된 후 내 기분은 기쁨 20 두려움 80 정도였다. 대학교와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10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앞에서 세미나를 해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100명 앞에서 스피치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라 결국 할 수 있는 건 연습밖에 없었다. 스피치 전날까지 틈이 날 때마다 대본과 PPT를 수정하고 연습했다. 연습이라도 많이 해야 중간은 할 것 같았다. 진짜 이 기간 동안에는 머릿속에 스피치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스피치 날이 다가왔고, 내 순서는 6명 중에 첫 번째였다. 빡독 스피치의 포문을 내가 열게 된 것이다. 많은 분들이 빡독 스피치에 큰 기대를 하시고 오셨을 텐데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갑자기 배가 아파서 못하겠다고 말씀드릴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행사장 의자에 앉아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1시에 스피치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오전에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계속 행사장 주변만 맴돌았다..ㅠㅠ


빡독 참가자분께서 나의 스피치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렇게 1시가 되었고 나는 스피치를 위해 무대 위에 올랐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는 100명의 사람들을 마주하자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스피치 시작 직전에는 엄청 떨렸는데 막상 시작하자 내용을 생각하지 않아도 입에서 말이 알아서 나왔다. 역시 사람은 연습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들이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스피치 중간중간에 손도 엄청 떨고 땀도 많이 흘렸다. 그래도 다행히 준비한 내용은 다 말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청중분들 모두 내 부족한 스피치를 집중해서 들어주셨다.


스피치가 끝난 이후에 많은 분들께서 내게 스피치를 잘 들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내 스피치는 내가 영어 실력을 어떻게 향상했는지와 영단어를 효과적으로 외우기 위한 꿀팁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게 영어 공부 관련해서 조언을 구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내 스피치를 인상 깊게 들어주신 것이 너무나도 감사해서 나도 정말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렸다.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아이들의 영어 공부를 위해 조언을 구하신 선생님분, 자신의 영어 공부 고충을 이야기하시면서 영단어 암기법을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신 분, 나보다 두 살 어린 또 다른 스피치 참가자분,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나 오랫동안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까지! 내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뿌듯했고 기뻤다. 스피치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은 눈 녹듯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이번 빡독 스피치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사람은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어릴 때 나는 사람들 앞에 서면 벌벌 떠느라 아무것도 못했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기회를 자주 접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이제는 준비한 이야기를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되었다. (아직도 긴장은 정말 많이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기회를 많이 잡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잡았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잘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여야 그때 그때 노하우가 쌓이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잘하는 일이란 없다.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그 일을 계속 경험해보아야 점점 익숙해지고 조금씩 잘해지게 된다. 나중에 그 일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준비가 되어있을 수 있도록 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이번 빡독 스피치는 내겐 시작일 뿐이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빡독 스피치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스토리만 있다면 누구나 스피치를 할 수 있고, 빡독에 오시는 분들이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모두 교양이 넘치셔서 이야기를 집중해서 잘 들어주신다. 스피치를 잘 못해도 격려를 많이 보내주신다. 


누구나 전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중 발표의 두려움이라는 벽을 한 번 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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