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어릴 적,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져본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독후감 경연대회에서 의외의 입상을 하고 난 후였던 것 같다. 사실 글 자체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글을 좋아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학업성적은 크게 좋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랄까.
그 뒤로도 여느 초등학생이 그렇듯 많은 장래희망들이 나를 스쳐갔다. 당장 생각나는 것들만 써 보자면,
경찰관, 검사, 야구선수, 교사, 의사 (사실 이건 의사인 외삼촌을 보고서... 무엇보다 내가 수학, 과학엔 젬병이란 사실은 이미 애저녁에 알고 있었다.).
근데, 인생이라는 게, 내가 계획하고 한 대로 다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여러 해의 시간이 지나 전공은 사회복지학, 통일학을 하고 졸업을 했다. 물론 이 전공들도 내가 하고 싶어 선택한 것이니, 이 역시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랄까. 이 글의 제목은 딱히 없다.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이 나는 대로 그대로 써 보는 것이다.
초, 중, 고 학창 시절에는 당장 지금의 시간들이 얼른 지나가길 바랬고, 학부생 시절엔 대학 캠퍼스에서의 시간이 그저 좋아 내심 끝나지 않았으면 하기도 했다.
20대 후반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은 그저 지나온 시간들이 아쉽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새벽 3시 40분, 오래간만에 비가 내리며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퍽 듣기가 좋다. 이럴 때면 그저 내리는 빗방울 빗방울마다 내 고민을 담아 함께 흘러갔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랄까.
이쯤 쓰고 보니 그저 별생각 없이 생각나는 그대로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꽤나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도 다시 되돌아볼 수 있고, 거기다 돈 한 푼 들지 않으니 꽤나 경제적이고 괜찮은 취미 아닌가. 2020년, 독일에서의 시간도 꽤나 흘렀다. 독일어 어학부터 대학원 과정까지 처음 올 때 계획했던 일들을 해 나가고는 있는데, 가끔씩은 지칠 때가 있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보다 더 빨리 앞서가고 싶었다. 거기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나 혼자서 가지고 있던 이른바 '지방대 콤플렉스'까지 더해서 말이다. 시간이 이쯤 지나니 대충 알 것도 같다. 참 의미 없다는 것을 말이다. 누구나 각자의 인생의 방향과 방법이라는 것이 있을진대, 그저 뒤처지지 않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서 몇 년을 살았으니 지치는 것도 어찌 보면 가능한 일이 리라.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하며 그저 지금 현재를 살뿐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