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펜을 꺼내 써 내려간 생각.
간혹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물론 각자의 사정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그럴 기회가 흔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한국 귀국 후,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나름대로 늘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지난 5년 간의 독일 유학생활.
결론적으로는 그리 나쁜 기억들은 절대 아니었다. 당장 가시적으로 보이는 독일어가 아니더라도 다년간의 해외생활이 바꿔놓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랄까. 물론 이런 변화들이 다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지만.
삶의 모든 선택에는 분명히 명암이 존재하는 법이니.
서론이 길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시간'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 시간(Time), 시(Hour), 분(Minute), 초(Second), 년(Year), 월(Month)...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앞으로만 흘러가는 일종의 '직진성'을 전제로 한다. 즉, 끊임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며, 멈추지도 그렇다고 되돌아가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흥행을 거두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현실적이니까.
탐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라는 영화가 번뜩 떠오른다. 외계행성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낸다는 하나의 SF영화인데, 여기에 시간을 되돌리며 반복하는 타임루프(Time Loop)이라는 소재가 들어가 그 흥미를 더해준다.
"앞서 본 미래를 과거로 가지고 와 대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의 결론부에서는 이 질문에 "Yes"라는 답을 던지게 된다만, 영화는 영화일 뿐, 지금 이 글을 쓰고 읽는 이 순간까지도 우리는 영화가 아닌 '현실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결론만을 이야기해서 그렇지,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는 극중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네 인생도 제각각의 시행착오를 끊임없이 겪으며 살아간다. 즉,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 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100%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순간 혹은 시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사람들,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미련'은 한결 나아질 수 있겠다지만 말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 모두 다른 한 편으로 크게 특별한 것이 없다. 모두가 같은 24시간을 살아가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히 알고 있는, 크게 별다를 것 없는 시간이 가진 속성이기 때문이리라.
* 관련 영화로 프랑스 작가 귀욤 뮈소(Guillaume Musso)의 Seras-tu là?를 원작으로 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QPjABdC_bXo
이렇듯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별다를 것 없다면 별다를 것 없는 이 '시간'을 왜 자꾸만 이야기할까?
다른 한 편으로 "별다를 것 없지만, 그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일면 자기모순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흘러가는 모든 시간 속에서 우리는 '후회'라는 감정을 끝없이 재생산하며 살아간다.
'후회'라는 감정
우리가 '시간'에 대해 논할 때면 마치 치킨과 맥주 콤비마냥 함께 나오는 단골 테마 중의 하나가 바로 '후회'가 아닐까 싶다.
바로 후회라는 감정이 가진 속성이 '이미 지나간 것', 즉, 시간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만약 내가 저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더라면(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지나간 저 순간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만한, 알게 모르게 자주 사용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다.
저 두 예시 모두 일정한 어느 '순간' 즉, 지나간 어떤 특정한 시간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만약 저 순간으로 돌아가서 선택 내지는 행동을 고쳐놓는다고 해서 앞으로 후회할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거기에 대해 내 대답은 명료하다.
"그럴리가"
시간을 돌려 과거의 선택을 되돌린다고 해도 시간은 계속해서 그것이 가진 직진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앞으로 혹은 매일, 매 순간 선택을 계속하며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일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을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배울 부분은 배우면 되는 것이다. 반면교사,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이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지만,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미래는 내가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해 갈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모든 것을 걸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기대하는 바는 미래에 있지만, 숨 쉬며 살아가는 곳은 바로 지금, 현재이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며>
오래간만에 시간이라는 것이 가진 생각을 하며 불현듯 펜과 종이를 꺼내 써 내려간 것을 이 곳에 옮겨와 봤습니다.
크게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지만, 내 공간에 내 글을 쓰는 것이니 크게 문제는 없을 테지요.
모두 함께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미래만큼이나 현재,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