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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lee Nov 10. 2019

공중보건 (MPH) 석사 공부 적응기 1탄

간호사에서 다시 학생으로...

공중보건 석사 (Master of Public Health) 공부를 시작한지 이제 막 3개월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었던 것 같다 ^^;

대학교에서 공부를 한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공부는 더 이상 익숙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고,

간호사로써 임상에서 쓰고 배우는 스킬과 책을 펼치고 하는 공부는 서로 참 다르다는 걸 뼛속으로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함께 석사 공부하게 될 학생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갓 학사 졸업해서 바로 석사 하러 온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동기들은 공부가 익숙해 보이고 학생이라는 옷이 잘 맞아 보이는데

9월의 나의 모습은 길 잃은 사람처럼 낯설고 불안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나가는 수업 진도에 놀라서 오랫동안 불안함에 빠질 여유도 없었다.

책을 펴고 공부한 시간이 오래된 것만큼 굳어버린 (?) 뇌를 수업 속도에 맞추는데만 두 달 걸린 것 같다.


MPH의 1학기 수업은 보건통계학 (biostatistics), 질병역학 (epidemiology), 공중보건의 기본/기초 (foundations of PH), 그리고 세미나 (seminar)가 있다. 그중에 가장 난도가 높고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과목은 보건통계학과 질병역학이다. 이 두 과목은 전형적인 강의-과제-시험의 반복이고, 그 외에 두 과목은 현재 공중보건 일을 하시는 의사나 교수님들이 오셔서 매주 다양한 주제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다.


석사 외에도 유엔 대학교를 통해서 듣는 Water Without Borders (WWB) 공부도 하고 있다. WWB는 맥마스터 대학교의 석사/박사 학생 10명을 뽑아 세계적 물에 대한 이슈를 배우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각각 다른 분야 공부를 하다 보니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배우는 자리라서 특이하다. Public health, global health, nursing, globalization, philosophy, law, business & management, engineering 등 있다.


10월엔 중간고사 때문에도 많이 바빴지만 WWB 통해 McMaster Water Week 학술대회까지 참가해야 돼서 정신없었던 한 달이 되었다. 해마다 열리는 Water Week는 온타리오의 대학생들이 모여 석사/박사 프로그램 통해 물에 대한 연구를 쇼케이스 하는 학술대회다. 대부분 벌써 thesis 통해서 연구를 해온 학생들이 많지만, WWB 학생들은 한달 동안의 그룹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하여 그 결과를 포스터로 작성하는 것이다. 나의 그룹 멤버는 국제보건을 공부하는 친구라서 서로 관심사가 잘 맞았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가 물에 미치는 영향, 그로 인해 캐나다는 어떤 위협을 받을지 알아보고 그 결과를 포스터에 담아 발표를 하였다.


Water Week 학술대회. 참가자로 꽉 찼던 쇼케이스 홀.


중간고사 공부, 학술대회 준비, 그 외의 3개의 조별과제가 더 있어서 그야말로 헬이었던 10월은 어찌찌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이젠 고비도 어느 정도 넘은 것 같다. 그리고는 어느새 11월이 되었다. 이제는 슬슬 이번 달 말 + 12월 초에 볼 기말고사 준비도 해야 하고, 기말평가로 개인적인 프레센테이션도 준비해야 해서 쉴틈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2학기에 들을 교양 과목도 선택해야 하는데.... 앞으로 어떤 공중보건 일이 나에게 맞을지 잘 몰라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싸이언스 학사를 졸업한 학생들은 통계학을 쓰는 연구/데이터 일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통계학을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하는 나로서는 아마 public health policy (보건정책)나 public health program planning 쪽이 더 잘 맞을 것 같다. 그리고 간호사라는 일이 나에게 잘 맞았던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하고, 내가 하는 일이 직접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나의 간호사 경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다행히 캐나다나 미국은 의사나 간호사 같은 전문 면허가 있으면 MPH는 더 유일하다고 들어서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지만 앞으로 길이 열릴 거라 믿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학생의 길을 열심히 걸어 보기로 했다.


참견쟁이 켈리
그래 통계학 책은 밟아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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