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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si Sep 02. 2020

[비밀의숲2] 이토록 일만 하는 드라마라니!

나의 두 번째 사회생활을 기다리며

오로지 일만 하는 주인공들 부럽다. 사진출처: 비밀의숲2 공식홈


요즘 매주 토, 일 밤 9시면 나만의 소확행이 있으니 드라마 '비밀의 숲2'를 보는 것이다.

22개월 된 아들을 재워놓고 살금살금 거실로 나가 티브이를 튼다.

볼륨을 적당히 줄이고 드라마 타이틀이 뜨면 어느새 내가 황시목 검사고 한여진 경감이 된다.

검사와 경찰은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선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어마어마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눈치 보지 않는 태도'가 매력인 황시목 검사(조승우)는 내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이다.

선배 검사가 "너 같은 후배 처음 봤다", "빽이 있냐? 뭘 믿고 그러냐" 할 정도이다.

과거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남궁민)도 그랬다.

프로 야구단 단장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뿐.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도 없고, 덕 볼 생각도 없다. 그러니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처음에는 수군대던 상사나 동료들도 어느새 그의 '태도'에 동화되거나 반대로 상대가 그들의 눈치를 본다.


백승수 단장의 리더쉽이 부럽다. 사진출처: 스토브리그 공식홈


돌이켜보니 최근 내가 열심히 본 드라마들이 다 그렇다.

주인공들은 열심히 '일'만 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다.

흔한 가정사나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존감이 높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또한 일에 몰두하는 집념이 있고 바른 길을 가고자 한다.


드라마는 무료한, 무기력한 일상에 판타지를 심어준다.

드라마 속 그들은 상사에게 따박따박 바른말을 하고, 자신이 세운 정의나 신념에 따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행동한다. 이런 일들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다.


나 역시 이런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유가 과거 나의 사회생활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12년간의 사회생활을 마치고 결혼과 출산, 육아로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 지 3년 차.

회사를 그만둘 때 섭섭한 마음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컸기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다.

전쟁터 같은 그곳에서 더 이상 싸울 필요도 쩔쩔맬 필요도 없었으니까.


그땐 몰랐다. 살림과 육아도 사회생활만큼 힘들다는 걸.

차라리 '일' 외에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던 그때가 좋았다는 걸.

긴긴 육아를 끝내면 나도 언젠가는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할 거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그려낼 나의 두 번째 사회생활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전에 일단 '일'만 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응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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