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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si Sep 08. 2020

분리수거 할 때 종이박스 어떻게 버리나요?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지켜보며.. 나의 편리함은 누군가에겐 수고로운 일

요즘 아들의 최대 관심사는 포크레인이다.

그래서 산책을 하다가도 공사장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무조건 유모차를 세우고 한참을 포크레인이 작동하는 모습을 관찰해야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크레인이 우리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의 명칭은 너클 크레인, 집게차라고 불리는 것이다.


너클 크레인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아들은 너무나 흥분했고 우리는 서둘러 너클 크레인의 뒤를 따라갔다.

그것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쓰레기 분리수거장이었다.

커다란 집게가 쓰레기를 가득 담은 포대를 들어 올려 담는다.

포크레인 보다 3배는 큰 사이즈에 압도 당하고, 강력한 집게가 움직이는 모습에 넋을 놓게 된다.

덕분에 쓰레기 분리수거장은 우리의 산책코스에 포함되고 말았다.


쓰레기 분리수거장. 언제나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종이박스를 일일이 펴서 정리하는 수고로움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스레 경비원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경비원은 수시로 분리수거장에 와서 재활용 쓰레기들을 재 분리했다.


간혹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쓰레기들을 제자리에 쌓고, 바람에 날아가기 쉬운 스티로폼은 위에 무거운 벽돌을 일일이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 있었으니 바로 택배 박스를 펴서 차곡차곡 쌓아놓는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


'나도 박스 그냥 버렸는데..'


실제로 종이를 넣는 포대에는 사각형 모양 그대로인 택배 박스들이 많았다.

신문과 이면지 등 다른 종이들과 함께였다.


경비원은 그곳의 박스들을 하나하나 펴서 납작하게 만들었다.

박스를 봉합하는 테이프도 일일이 분리해서 따로 두었다.

경비원은 이 작업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것이다.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아침

그리고 며칠 뒤 뉴스에서 경비원들의 업무 고충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또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은 경비, 보안 업무가 주가 되어야 하는데 쓰레기 분리수거 등 다른 업무에 치여서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박스 하나를 버렸다고 해도, 여기 아파트가 몇 세대인데.. 다들 이렇게 버리면 이거 어마어마하겠구나.'


'안 그래도 코로나 시국에 택배 배송도 많을 텐데..'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마스크를 쓴 채 웅크리고 앉아 박스를 분리하고 계신 경비원을 보고 있자니 보는 내가 숨이 턱턱 막혔다.  

그의 수고로움을 목격한 순간 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비 온 뒤 보도블록 틈새로 자란 잡초들


비가 오고 난 다음날이면 아파트 앞 보도블록 틈새는 잡초들로 수두룩하다.

긴 장마로 무성해진 잡초를 미화원들이 웅크리고 앉아서 제거한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손에 뾰족한 꼬챙이 같은 것을 들고..

뿌리 깊게 박힌 잡초를 뽑으려면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스티로폼을 쪼개서 만든 엉덩이 받침대는 필수다.


아마 지나가다 미화원이 이렇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잡초가 언제 어떻게 뽑혔는지 인식도 못 할 거다.

아니, 보도블록 틈새로 잡초가 삐져나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을 거다.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분명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우리는 깨끗한 보도블록을 매일 오갈 수 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 되었습니다 .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67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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