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 나는 아들과 함께 놀이터로 출근한다. 자연스레 놀이터에서 형아, 누나들이 노는 걸 구경하곤 하는데 요즘은 딱지가 유행이다. 초등학교 4~5학년 아이들이 둘러앉아 '딱', '딱' 소리를 내며 딱지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딱지 모양이 참 특이하다.
'저게 딱지라고?' '딱지라 하면 종이나 우유갑으로 네모나게 접는 거 아닌가?'
나는 딱지 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이게 딱지야? 종이로 접는 거 아니고?" "아줌마, 요즘 누가 딱지를 접어요! 돈 주고 사면되거든요?" "어.. 그렇구나. 하나에 얼만데?" "천 원짜리도 있고요, 이 천 원짜리도 있고요!"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캐릭터 딱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의 인기 장난감이었다. 아이들 말로는 얼마 전부터 다시 유행이란다. 신기한 듯 한참을 구경하던 아들이 귀여웠는지 착한 형아가 딱지 하나를 건네준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이거 애기 주세요. 근데 깨끗하게 씻으셔야 돼요. 입으로 물면 안 되고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게임 캐릭터 모양을 한 이게 딱지라니..'
이게 딱지라니..
자고로 딱지치기는 딱지종이를 선택하고 접는 것에서부터 그 재미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두꺼운 종이로 만들 수도 있고 얇은 종이를 여러 개 겹쳐서 만들 수도 있다. 딱지의 두께에 따라 치는 자세도, 세기도 달라진다. 아이들과 딱지치기를 하려면 전 날 밤에 열심히 딱지를 접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문구점에서 천 원, 이 천 원 주고 사면된단다.
대체 언제부터 딱지가 전통놀이가 되어버렸나 싶다. 어디 딱지뿐이겠는가. 팽이치기도 요즘에는 배틀 팽이라고 해서 반짝반짝 불도 들어오고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회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예전처럼 끈이 달린 막대기로 쉴 새 없이 팽이를 내려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놀잇감은 단순히 놀이의 과정이 생략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재미와 스토리도 사라져 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내 아이가 나중에 크면 인공지능(ai) 학습이 활성화되어서 놀이도 로봇이 대신해주려나.' 놀이의 재미와 스토리는 돈 주고도 못 산다. 세월의 흐름에 이제는 전통놀이가 되어버린 많은 놀이들을 떠올려 본다. 연날리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