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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si Sep 23. 2020

요즘 누가 딱지를 접어요, 돈 주고 사면 되거든요?

플라스틱 딱지라니.. 전통놀이가 되어버린 딱지에게 전하는 위로

아이가 말했다.


"딱지, 딱지, 딱지"
"뭐라고?  ㅇㅇ아, 뭐라고 했어?"
"딱지, 딱지.."


이제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들의 입에서 '딱지'라는 단어가 나왔다.

하나에 2천원짜리 딱지. 게임 속 캐릭터 모양이다.

하루 두 번. 나는 아들과 함께 놀이터로 출근한다.
자연스레 놀이터에서 형아, 누나들이 노는 걸 구경하곤 하는데 요즘은 딱지가 유행이다.
초등학교 4~5학년 아이들이 둘러앉아 '딱', '딱' 소리를 내며 딱지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딱지 모양이 참 특이하다.

'저게 딱지라고?'
'딱지라 하면 종이나 우유갑으로 네모나게 접는 거 아닌가?'

나는 딱지 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이게 딱지야? 종이로 접는 거 아니고?"
"아줌마, 요즘 누가 딱지를 접어요! 돈 주고 사면되거든요?"
"어.. 그렇구나. 하나에 얼만데?"
"천 원짜리도 있고요, 이 천 원짜리도 있고요!"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캐릭터 딱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의 인기 장난감이었다.
아이들 말로는 얼마 전부터 다시 유행이란다.
신기한 듯 한참을 구경하던 아들이 귀여웠는지 착한 형아가 딱지 하나를 건네준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이거 애기 주세요. 근데 깨끗하게 씻으셔야 돼요. 입으로 물면 안 되고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게임 캐릭터 모양을 한 이게 딱지라니..'


이게 딱지라니..

자고로 딱지치기는 딱지종이를 선택하고 접는 것에서부터 그 재미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두꺼운 종이로 만들 수도 있고 얇은 종이를 여러 개 겹쳐서 만들 수도 있다.
딱지의 두께에 따라 치는 자세도, 세기도 달라진다.
아이들과 딱지치기를 하려면 전 날 밤에 열심히 딱지를 접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문구점에서 천 원, 이 천 원 주고 사면된단다.

대체 언제부터 딱지가 전통놀이가 되어버렸나 싶다.
어디 딱지뿐이겠는가.
팽이치기도 요즘에는 배틀 팽이라고 해서 반짝반짝 불도 들어오고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회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예전처럼 끈이 달린 막대기로 쉴 새 없이 팽이를 내려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놀잇감은 단순히 놀이의 과정이 생략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재미와 스토리도 사라져 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내 아이가 나중에 크면 인공지능(ai) 학습이 활성화되어서 놀이도 로봇이 대신해주려나.'
 
놀이의 재미와 스토리는 돈 주고도 못 산다.
세월의 흐름에 이제는 전통놀이가 되어버린 많은 놀이들을 떠올려 본다.
연날리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 되었습니다.

http://omn.kr/1p0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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