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인상 Apr 10. 2018

LA에도 지하철이 쌩쌩 잘 달린다규

LA에 처음 오신 분들은 늘 묻는다. "LA에도 지하철이 있어요?"

최근 잦은 출장으로 인해 종종 카풀을 하는 K군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회사 근처에서 점심이나 먹자고 불러낸 K군. 그는 나를 보자마자 타박이다. "형님 안 계셔서 이차저차 얻어 타느라 힘들었습니다", 나는 K를 한참 쳐다봤다. "기차랑 지하철 타고 다니면 되자나, 뭐했냐?" 나는 한심하다는 듯 K를 바라본다. 그러자 K는 "아 누가 지하철 타요"라고 쏘아 붙인다. 한대 때려줄까 하는 마음을 꾹...참아본다. 


  



LA에 살다보면 한국에서 갓 넘어오신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여행 또는 출장, 사연은 제 각각이다. 개인적으로 케어를 해주고 싶어도 낮에 일을 하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행선지만 알려주고 이동 수단에 대한 정보를 준다. "한인타운에서 퍼플라인타고 4가 퍼싱스퀘어역에서 내려서 나성중앙시장 가봐요", 내 딴에는 친절하게 알려준다고 했지만 반응들은 의외다. 그리고 꼭 이 질문이 나온다. "LA에도 지하철이 있어요?" 


LA 한인타운 중심에 있는 윌셔/노르망디 역. 플라스틱 탭카드에 충전 후 통과할 수 있다


LA에도 지하철이 있다. 시내를 관통하는 퍼플라인과 레드라인이 있고. 퍼플라인은 암트렉(AMTRAK) 열차를 타는 LA 유니온 스테이션을 출발 다운타운LA의 중심을 지나 LA한인타운의 주요 도로 세곳에 역을 두고 있다.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퍼플라인과 함께 따라 달려오는 레드라인은 윌셔/버몬 스테이션에서 놀쓰 헐리우드 방향으로 향한다. 

레드라인을 타면 헐리우드는 물론, 그리피스 천문대를 가는 셔틀버스 정거장이 있는 역(버몬/선셋)에서도 내릴 수 있다. 퍼플라인은 현재 연장 공사에 들어갔다. 이제 곧 LA한인타운에서 웨스트우드, UCLA까지 편하게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 


LA 한인타운과 LA 유니온 스테이션을 잇는 퍼플라인 지하철 내부


최근 연장 된 엑스포 라인은 어떤가? 다운타운LA의 핵심이자 대한한공이 세운 윌셔 그랜드 센터를 갈 수 있는 7가/메트로센터 역을 기점으로 자연사박물관, 남가주대학(USC)를 지나 영화인들의 도시 컬버시티, 그리고 LA의 월미도인 산타모니카까지 이어진다. 역시 같은 역을 기점으로 하는 블루라인은 퀸메리호가 있는 아름다운 롱비치로 향한다. 블루라인을 타고 가다가 갈아탈 수 있는 그린라인은 지하철을 타고도 LAX를 갈 수 있게 만든다. 2023년인가? 그 때에는 LAX에 모노레일을 만들어 이 그린라인과 연결 시킨다는 계획도 있다. 


LA 지역 전철 노선도를 살피는 청년


퍼블과 레드라인의 종점인 LA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갈아 탈 수 있는 골드라인은 아래로는 이스트LA, 위로는 멋진 올드 파사데나를 갈 수 있다. 최근 연장된 노선은 샌게이브리얼 마운틴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아주사까지 이어지다보니 최근 산악인들이 이 골드라인을 타고 자연을 향해 떠난다고들 한다. 


여기까지는 전철 이야기. 한가지 더 옵션이 더해지는데 바로 광역 열차다. LA 유니온 스테이션을 기점으로 메트로링크라는 광역 열차는 LA카운티 주변에 자리한 각 카운티로 연결되는 주요한 교통 수단이다. 위로는 벤추라 카운티를, 로널드 레이건 박물관이 있는 시미벨리도 메트로링크로 갈 수 있다. 아래로는 애너하임, 오렌지, 어바인을 비롯 그레이트 스톤 대성당이 있는 샌후안카피스트라노와 정동진보다 바다가 가깝다는 샌클레멘테역을 지나 남가주에서 피어가 가장 긴 오션사이드까지 이어진다. 동으로는 미션 중 가장 아름답다는 리버사이드 미션도 가볼 수 있고, 페리스 호수까지 기차는 달린다. 게다가 메트로 링크 티켓을 사면 유효한 시간 내에, 전철과 버스를 무료로 환승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LA 지하철은 도심 직장인들의 주요한 발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LA 인근 카운티를 잇는 메트로 링크 트레인



사실 "지하철이 있느냐"는 질문은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LA지하철에 대한 나쁜 기억 하나로 "아, LA에서 지하철 타면 큰일 나"라고 말하거나, "LA 지하철은 부랑자나 타는 거야. 절대 안돼"라고 하는 이들은 조금 깝깝하다. 


LA 지하철은 사실 뉴욕에 비하면 양반이다. 물론 한국 지하철처럼 스크린도어가 역마다 갖춰져 있고, 역내 공기정화 시스템도 완벽하고 바닥에 껌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무리다. 이곳 지하철은 도시 이용자들의 주요 수단이 아닌 보조 수단이다. 하지만 최근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거주 인구가 늘어나자, LA 메트로국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쓴다. 심지어 최근엔 역 지하에서도 인터넷이 터진다(한국 분들이 들으면 놀랄지도...). 그리고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선가 곧바로 지하철 경찰이 달려온다. 그리고 가차 없이 열차에서 그들을 끌고 내린다. 


배차 간격을 알리는 스크린은 물론, 플라스틱 카드 티켓인 '탭 카드'에는 여러 혜택들을 담아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LA시에서도 이제는 LA 지하철을 타고 도시 관광을 즐기는 것을 권하는 분위기. 걸어다닐 수 있는 LA를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해마다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상당한 진행형이다. 그래서 이제는 LA에서 지하철을 타는 것이 그렇게 부담되거나 누구에게 권할 때 기피할 정도의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LA 한인타운과 다운타운을 주로 이동하는 상황이라면 지하철은 정말 유용한 교통 수단이 된다. 



물론 나도 LA 지하철에서 조금 황당항 상황들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홈리스들이 열차에 타고 내리지 않은채 잠을 자거나, 혼잣말로 크게 떠드는 이들도 여럿 봤다. 어떤 사람은 열차 내에서 소변을 보기도 하고, 때론 바퀴벌레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들이 해가 갈수록 관리가 되고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각 주요 역사마다 무장한 쉐리프와 지하철 감독관이 서있고, CCTV도 나름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난 가능하면 밤에는 타지 말라고 아직은 당부를 한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LA에도 지하철이 있어요?"라고 놀라는 이들에게 요즘 탭카드에 10달러 정도 충전해서 건네주며 한번 타보라고 말한다. 주차 걱정 없이 다운타운LA를 즐기고, 교통체증을 모른채 산타모니카를 다니다보면 어느새 그들도 엔젤리노가 되어 있더라...



브런치 구독하고 나성 주민의 일상다반사를 만나보세요


글/사진 Paul Hwang




매거진의 이전글 나성 주민에게 공항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