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s Oct 18. 2022

카카오 복구 - 무급 근무에 대한 생각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할 것인가?

얼마 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 적이 있다. 단순히 몇 십분, 몇 시간의 불편이라 생각했지만, 카카오톡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가 중단되어 다양한 유료 서비스, 즉 카카오의 서비스로 돈을 버는 분들까지 피해가 갔다. 다양한 분들에게 피해가 갔지만 생각보다 복구가 힘들 정도로 카카오에게도 큰 피해가 갔다. 카카오가 국가 전반에 활용되는 서비스가 많기에, 하루빨리 복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와중에 카카오 직원 한 명의 글이 블라인드를 뜨겁게 달구었다. 주 40시간이 아닌 36시간 근무를 한다고 하고, 주말에 난 화재로 복구 작업이 주말, 무급으로 진행되고 본인은 쉰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번 사건에 있어 서버에 관리라던가, 회사나 경영진, 그리고 저 글을 쓴 직원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저 직원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다.

(출처 : 구글 검색)


10여 년간 일하면서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직장 동료와의 불화도 있었고, 상사의 대책이나 행동들이 이해가지 않았던 적이 있다. 승진이나 고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도, 회사의 대우와 처우에 상처를 받았던 적도 있다. 그렇게 되면서 회사에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으론 저 직원이, 회사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 심정만큼은 이해가 갔다. 만약 회사에서 아쉬운 경험이 많았다면 특히 더 저 글에 많은 공감을 했을 것이다. 내가 저곳에서 그런 경험들을 했다면, 나 역시도 저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쓰다가 올리지 않고 지웠을 것이다.)

모두들 치열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지.


다만, 저런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결국 '돌아오는 화살은 누구에게 올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옳고 그른 일'에 대한, 그리고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런 심정으로 일을 한다면 결국 화살은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저런 상황에서도 우선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주말에 출근한 직원들, 좋든 싫든 복구에 최선을 다한 직원들에게는 어떠한 형태로도 보상이 주어지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나오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그런 보상은 없을 것이다. 주어질 보상은 우선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들에게 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돌아오는 건 상대적인 박탈감일 것이다.

땅만 보며 출근하던 시기가 많았었다.


나도 주어진 상황에서 내 일만 했고,  정해진 룰을 벗어나 일하는 사람들과 부딪혔으며 내가 옳음을 주장했다. 결국 나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없었고, 그렇게 조금씩 중요한 일에서 배재되었다. 결국 그런 보상은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고, 당시 내 기준에서 말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화과 났고, 어이가 없었다. 내가 옳았고 남들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어서 이 회사를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 마음가짐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S그룹의 어느 계열사에서 인사담당 업무를 하던 친구와 상담을 했지만 결국 내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었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리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적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고, 틀릴 수도 있는데 너무 나의 주장만을 강조했었다. 회사에서 '내'가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뿌듯한 마음을 안고 퇴근하고 싶다.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회사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느냐도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조금 너그럽고 유연한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그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적어도 내가 봐온 상황에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돈이나 진급에 욕심이 없다면 그렇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는 일에 욕심이 있었고 그런 기회에서 배재되는 것에 굉장한 피곤함을 경험했다. 


작년에 이직을 했고, 가끔 전 회사 사람들을 만나면 왜 이렇게 사람이 바뀌었냐고 이야기한다. 웃음은 늘었고 조금씩 여유도 생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에 욕심이 있고 즐겁게 일하고 싶다. '내'가 아닌, '우리'로 일하고 싶다. '그래도 오늘 하루 뿌듯하게 살았구나' 하면서 퇴근을 하고 싶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

저 사건을 보면서 문득 저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명함과 직급으로 만들어진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