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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 Aug 16. 2023

사진을 전공한 회사원의 사진들 2

경복궁, 삼청동 어딘가

대학교 4학년 시절, 사진학원 강사를 한 적이 있다. 그전에도 경험이 있었고, 둘 다 강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 알바생의 마음으로 일을 했었다. 그러다 지금 직장에서 간간히 취미로 사진을 즐기시는 분들을 위한 일을 맡게 되면서, 쉽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진적 '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그러다 아래 내용을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었다.


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동기)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는지 (비교)

왜 마음에 들었는지 (이유)

그리고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편집)


저런 설명은 좀 주관적이기도 하고 내적인 부분이지만, 여기에 촬영한 사진들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했다. 아래는 지난 6월에 고객 교육 행사의 자료 준비를 위해 4~5월 간 며칠에 걸쳐 촬영한 사진이다. 결과물을 보니 과거 입시사진을 촬영할 때가 떠올랐다.


(비록 가짜긴 하지만) 한복을 입은 현대인들과 전통이 뒤섞인 공간이 재미있었다. '입시 사진'최적화 장소란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그러니 복잡한 생각 없이 순간순간의 사람들과 공간의 조화를 본능적(?)으로 담아내던 때가 생각났다.


'출사'하면 부담 없이 떠오르는 곳이지만, 막상 가면 아쉬움이 남는 곳이 삼청동 같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몇 장의 사진들을 골랐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만 담긴 사진 같은 생각이 드는, 아쉬운 장면들이다.


사진 공부를 하던 때에는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았다. 무겁기도 했지만 왠지 멋없어 보였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가볍게 다녔고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랬다. 지금은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일상과 도시의 모습들을 기록하면 기록할수록 삶을 바라보는 시야는 넓어지고, 생각들은 깊어지는 듯하다. '아트'한답시고 흉내만 내던 그 시절보다는 지금의 내가 사진을 좀 더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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