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가 정신을 차린 것은 정확히 말하면 배고픔 때문이었다. 포항까지 장시간 차를 타고 온 데다 점심도 못 먹은 신우의 뱃속에서는 꼬르륵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어디지... 벌써 밤인가?’
차창으로 어두운 불빛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창문에는 무엇인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밖을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신우는 번뜩 어떤 생각이 떠올라 옆자리로 고개를 휙 돌렸다. 신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신우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아직 안전벨트가 신우의 몸을 휘감고 있어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던 신우의 눈에 의자에 붙은 빨갛고 납작한 조개 모양 버튼이 보였다. 다행히 손가락이 닿을 거리였다. 신우는 손가락을 최대한 펴서 버튼을 꾹 눌러보았다. 그러자 팽팽하게 조여오던 벨트가 갑자기 느슨해지더니 나풀나풀거리면서 의자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신우는 벨트가 미역으로 만들어진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버스에서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한 신우는 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입구는 닫혀있었다. 버스기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신우는 운전석의 수많은 버튼 중에 문을 여는 버튼을 찾다가 갑자기 등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고는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입구가 스르르 열리고 있었다. 입구를 여는 집게발들이 보이더니 어떤 커다란 형상이 얼굴을 스윽 들이밀었다. 신우가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것은 사람만 한 바닷가재의 모습이었다. 놀란 신우가 운전석에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집게발로 입을 가린 바닷가재가 수줍게 웃더니 말했다.
“내리세요. 목적지에 도착했답니다.”
신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천천히 버스의 계단을 내려갔다. 밖에서 보니 바닷가재의 크기가 정말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손님입니다, 공주님.”
바닷가재가 두 집게발을 얌전히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등을 돌리고 서 있던 사람 한 명이 신우를 향해 돌아섰다. 신우는 동화책에서나 보던 비단 날개 옷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 아이를 보자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다. 지금 옆에 서 있는 큰 가재는 무엇이며 이곳은 도대체 어딘지, 그리고 신아를 봤는지 묻고 싶은 것이 목구멍에서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선뜻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사뿐한 발걸음으로 신우에게 다가온 여자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서 와. 용궁에 온 것을 환영해!”
‘용... 궁...이라고?’
“날 따라오렴. 용궁을 구경시켜줄게. 그럼 네가 궁금해하는 것도 알게 될 거야.”
여자 아이가 싱긋 눈인사를 하자 신우의 얼굴에 맴돌던 불안감이 살짝 사라졌다. 여자 아이는 신우 옆에서 걸음을 걸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용궁은 일 년에 한 번 큰 축제를 열어. 아버지가 관할하시는 동해의 모든 바다 식구들이 용궁에 들러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즐기는 기간이지. 참, 우리 아버지는 동해의 용왕이시고 난 그분의 딸이야. 너랑 동갑이니까 편하게 말을 놓을게. 먼 옛날에는 축제 기간이면 하늘의 왕과 땅의 임금님도 초청되어 오시곤 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교류가 끊어지게 되었고, 축제 기간에 외부 손님은 없는 우리만의 축제가 되어버렸지. 최근 몇 년 동안은 동해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아서 축제에 참가하는 바다 식구들도 줄어들고 있어. 그래서 내가 축제를 담당하는 대신을 졸라 땅에 사는 친구들을 초대하게 된 거야. 땅에서 오는 손님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너희 남매가 오게 된 거지. 이제 좀 이해가 가니?”
‘이곳이 용궁이라고? 어릴 때 동화책에서 보던 그 용궁 말이야?’
신우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고 말았다. 몇 걸음을 더 가자 버스에서 정신을 잃기 전 어렴풋이 보이던 빛나는 흰색 벽이 다가왔다. 벽은 전체를 볼 수 없을 만큼 커서 신우가 서 있는 곳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벽에는 영롱한 빛을 내는 각종 보석들로 장식된 문이 있었다. 신우 일행이 가까이 가자 문 양 옆을 지키고 있던 새우가 문을 열어주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별말씀을요, 공주님.”
문이 열리자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밖과는 달리 벽 안의 세상은 아직 대낮처럼 밝았다.
신우는 문을 통과하면서 은은한 빛을 내는 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단단한 벽이 아니라 빛이 나는 액체 같아 보였다. 그런데 곳곳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있었다.
“용궁을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존재야. 벽이 사라지면 용궁도 사라지게 돼.”
“저기... 어떻게 저렇게 밑으로 쏟아지지 않고 있는 거니?”
“음... 여긴 물 속이니까. 호호.”
신우는 아차 싶었다. 용궁은 바다에 있는 것이고 물 속이니까 당연히 물이 쏟아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 거지?! 물 속이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어.”
“용궁은 신비한 힘으로 가득한 곳이야. 초대받은 손님이면 누구든지 이곳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가 있어. 저길 봐! 네 동생이 즐겁게 놀고 있구나.”
깜짝 놀란 신우가 공주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신아가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신아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노란색 물고기 떼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신아야!”
“어? 오빠!”
신아가 오빠를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신우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혼자 다니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 정말 혼나야겠구나!”
신우가 신아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몇 번 때리자 이번에는 신아가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신아 탓이 아니야. 신아도 잠깐 잠든 사이에 이곳에 와 있는 건 너와 마찬가지니까.”
공주가 온화한 미소를 띠며 신아를 달랬다. 신우는 화를 내긴 했지만 신아를 찾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신아를 꼭 안아주었다.
“꼬르륵!”
그때 신우의 뱃속에서 또다시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호호호. 배가 많이 고프겠다. 용궁 구경은 일단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시작하자. 날 따라오렴”
“야호! 신아는 너무너무 배가 고팠어!”
공주의 말에 울음을 그친 신아가 그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환호를 지르고는 공주의 손을 잡고 앞서갔다. 신우는 배고픔을 들켰다는 생각에 빨개진 얼굴을 숨길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걸어갔다. 공주를 따라간 곳에는 으리으리한 궁궐이 있었다. 번쩍번쩍 광채가 나는 계단 옆으로 색색의 산호초들이 나풀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고, 궁궐 곳곳에 축제를 즐기는 여러 종류의 바다생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축제라고 하기엔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고 신우는 생각했다. 궁궐의 한쪽 끝을 바라보던 공주가 말했다.
“용왕님은 궁궐의 동쪽 별채에서 지내셔. 요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셔서 아쉽지만 만나 뵙지는 못 할 거야.”
궁궐 내부로 들어서자 입구와 이어지는 넓은 복도에 황소만 한 조개껍데기가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볼링공보다 더 큰 하얀 진주가 자라고 있었다. 신우와 신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가까이 보기 위해 조개껍데기 쪽으로 다가갔다.
“만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조개가 좀 사납거든.”
공주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한쪽 손을 집게처럼 모아 나머지 손을 꽉 잡는 시늉을 했다. 신우와 신아는 깜짝 놀라 조개껍데기에서 뒷걸음질 치며 다시 공주 뒤를 따라갔다. 궁궐에는 수많은 방이 있었다.
“궁궐에는 동해의 환경을 관리하는 오염감시부, 바다생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질병관리부, 그리고 이번 축제처럼 행사를 기획하고 손님들을 초청하는 연회부 등 많은 부서들이 있어. 여긴 국경과 이주자들을 관리하는 부서야.”
공주가 어느 방안을 가리켰다. 신우가 가까이 다가가자 투명한 방문 너머로 방안이 훤히 보였다. 방안에는 드넓은 바닷속이 펼쳐져 있었다. 터널처럼 생긴 바위 앞에서 상어들이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일일이 세워 확인해보고 있었다.
“요즘 남쪽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동해로 올라오고 있어. 궁궐의 박사들이 동해의 수온이 예전에 비해 따뜻해져서 그런 것 같다더군. 저길 봐.”
상어 한 마리가 터널을 지나가려는 큰 물고기를 불러 세우고 있었다. 태연하게 지나가던 입이 길쭉하고 상어만큼 덩치가 큰 물고기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더니 쏜살같이 왔던 길로 돌아가버렸다.
“청새치야. 바다의 폭군이라고 불리는 물고기지. 요즘 들어 몇 마리가 동해로 몰래 들어오다가 적발된 적이 있어. 물고기 떼를 마구 습격해서 흩어지게 만드는 것 때문에 길 잃은 어린 물고기들이 하루에도 수백 마리야. 또 알을 품은 어미 물고기들을 놀라게 해서 문제가 되고 있어. 상어들에게 감시를 단단히 하라고 주의를 해놓은 상태야. 하지만 상어들도 감당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공주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께서 몸져누우신 이후로 동해의 모든 업무는 내 차지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난 아직 어리고, 모든 일이 서툴러서 대신들이 걱정하는 눈치야. 아버지의 번개만 찾을 수 있다면 용궁이 다시 예전처럼 밝은 곳으로 바뀔 텐데...”
“번개?”
“응, 용왕님의 번개 말이야. 용왕님은 번개로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게 하시지. 질서가 흐트러진 곳이 있으면 천둥번개를 날려 보내 벌을 주시기도 해. 번개는 바다를 다스리는 신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보물이야. 그런데 용궁 안에 번개가 보관되는 방이 비어있는지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났어. 그동안 동해를 관리하는 용궁의 힘이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동해의 바다 식구들은 점점 불안해하고 있어... 결국, 용왕님의 번개를 찾는 것도 내 몫이겠지.”
공주는 왠지 비장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신우는 용왕님의 번개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여긴 뭐 하는 방이야?”
신아가 복도 끝에서 소리쳤다.
“신아야! 너 또! 오빠한테 붙어 있으라고 말했지!”
“괜찮아. 초대받은 손님에겐 모든 것이 허락되니까. 거긴 오랫동안 용궁을 위해 일하신 어떤 분을 위한 방이야. 들어가 보고 싶니? 대신 조용히 해야 해.”
“네, 쉿!”
신아와 공주가 마주 보며 검지를 서로의 입술에 갖다 대며 웃었다. 방문을 열자 방 한가운데 불투명한 칸막이가 보였다. 칸막이 반대편에 둥글넓적한 그림자가 비치는 것이 보였다. 공주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처음 용왕 자리에 오르셨을 때부터 아버지를 모셔 온 거북 대신이야.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자 온갖 수소문 끝에 땅에 사는 토끼라는 동물의 간이 명약이라는 것을 알아내셨지. 거북 대신이 직접 땅으로 가서 어렵게 토끼를 찾아 용궁까지 데리고 왔어. 그런데 그 꾀많은 토끼라는 놈이 감히 용왕님에게 자기 간을 산속의 바위틈에 빼놓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여기까진 너희도 잘 아는 이야기지?”
신우는 어릴 적 전래동화책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사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른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 발이라도 구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토끼의 배를 갈라 확인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토끼를 다시 땅으로 보내면서 같이 가는 거북 대신의 목에 용왕님의 번개를 걸어주셨어. 어떤 위험도 이겨낼 수 있게 말이야. 그런데 토끼가 거북 대신을 배신하고 땅에 도착하자마자 산속으로 도망을 가버렸고, 홀로 용궁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거북 대신은 해변에 엎드려 그만 목 놓아 울고 말았어. 그때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거북 대신 앞에 내려앉았는데, 그 새는 거북 대신이 제일 무서워하던 갈매기였지. 거북 대신은 자신이 알에서 깨어나 바다로 기어 오던 시절에 갈매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뻔한 기억이 있었거든. 놀란 거북 대신의 몸이 굳어버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는데 번쩍이는 물체에 관심을 보이던 갈매기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거북 대신의 목에서 번개를 낚아채 물고 날아가버렸지. 거북 대신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고 울기만 하다가 천천히 기운을 잃어갔어.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화가 났지만 평생 충심으로 일해 온 거북 대신을 내칠 수가 없어 다시 용궁으로 데리고 와 이 방 안에서 쉴 수 있게 해 주신 거란다. 자, 이제 그만 나가자. 식사 준비가 끝났을 거야.”
신우는 방에서 나오며 다시 한번 거북 대신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용왕님의 번개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거북 대신이 있던 방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지하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계단을 내려가자 엄청난 크기의 연회장이 나타났다.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식탁들이 수십 개는 되어 보였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많은 바다생물들이 식탁마다 둘러앉아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 신사숙녀 여러분, 모두 모였나요?”
사회자로 보이는 오징어 한 마리가 커다란 고둥을 입에 대고 소리치고 있었다. 모든 관객들이 큰 소리로 대답을 외쳤다.
“재미있게 노는 걸로 치면 동해 용궁을 빼놓을 수 없지!”
사회자의 소개로 무대로 나온 갑각류들로 이루어진 밴드의 음악이 시작되자 공주도 몸을 흔들며 환호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해 온 가수야. 이번에도 부르자고 연회 대신을 졸랐어.”
공주가 신이 나서 말했다.
“언니! 배고파요!”
공연에는 관심 없는 신아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버릇없게 말하면 못써.”
이렇게 말한 신우도 배가 고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 미안해. 따라와. 너희들을 위한 식탁은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까.”
미안한 표정을 지은 공주가 남매를 연회장의 가장자리에 마련된 방으로 이끌었다. 궁녀들이 방문을 열자 갖가지 해산물 요리로 가득 찬 식탁이 눈에 띄었다.
“우와! 신아가 좋아하는 거야! 잘 먹겠습니다!”
신아가 제일 먼저 달려가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공주가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서있는 신우의 등을 밀어 의자에 앉히고는 자신도 맞은편 의자에 앉아 먹음직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은 나도 엄청 배가 고팠거든.”
신우와 공주는 마주 보고 깔깔깔 웃었다. 그리고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한참을 먹는데 집중하던 신우가 공주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넌 생선은 안 먹어?”
“난 채식주의자야.”
공주가 정색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연어요리를 맛있게 먹던 신우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공주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바다 식구들 중에도 육식주의자가 있고 채식주의자가 있으니까. 너희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
공주의 말을 들은 신우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우르릉!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연회장은 물론이고 용궁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아는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신우에게 달려와 안겼고, 공주는 황급히 방 밖으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 흔들림이 멈추자 신우는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연회장을 내다보았다. 갑각류들이 바쁘게 기어 다니고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는 통에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다시 나타난 공주가 신우에게 말했다.
“배부르게 먹었니?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구경을 마쳐야겠다.”
그리고 공주는 다시 연회장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