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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Jan 29. 2016

삿포로는 역시 징기스칸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 고기는 역시 최고

삿포로에서 묵은 에어비앤비 호스트 Yuka 의 지인이 추천해준 징기스칸 집, 

🔶 肉の浅鞍(にくのあさくら)

https://goo.gl/maps/GFYvdCuE1s82


정말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간판도 잘 눈에 띄지 않아 조금은 헤맸다.

삿포로에 있는 내내 몸 상태도 안좋고 날씨도 험해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는데 

정말 최고의 숙소와 호스트를 만나 다행히 징기스칸을 먹어볼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부릉부릉 


일본의 조수석은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왼쪽에 있어서 굉장히 어색하다.


정말 친절한 호스트 Yuka는 고깃집에서 고기 냄새가 많이 배니 간편한 티셔츠 차림으로 오라는 

세세한 배려까지 해 주었다.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일본 주택에서는 이렇게 좁고 가파른 계단을 여러 번 봤는데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한다.


손님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고양이들 


내부는 크지 않고 안쪽에 작은 방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사장님 혼자 일하시는 작은 가게였다. 

정말 아는 사람만  찾아올 것 같은 분위기의 가게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일행과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 보이는 일본 술들. 

사진에 나오지 않은 왼쪽이 작은 주방으로, 

사장님이 요리를 준비해 주시는 곳이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빛바랜 종이와 나무로 된 메뉴. 

이런 분위기 정말 좋아 



일행은 총 3명, 사장님께서 화로(?)에 숯을 넣어주셨다. 

♨ 이글이글 ♨

밖에 여전히 부슬비가 내려 무척 쌀쌀해서 손부터 녹였다. 

출발 전날부터 배가 아파 음식을 먹기가 조심스러웠지만 

사케..... 맥주.....술....삿포로는 술인데 ㅜㅜ 

어차피 식사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가 쉬면 되니까 별 일 없겠지 하며 일본 술을 주문했다. 

사장님, 따뜻하게요 


바람 계곡 나우시카의 오무를 닮은(!) 술병을 화로에 두고  따끈따끈해진 다음 호로록 


아  달콤하다... 

지친 몸이 사르르 녹았다. 



참기름(?)을 살짝 뿌린 버섯과 대하부터 




양고기.. 양고기 ㅜㅜ 징기스칸 ㅜㅜ 양고기 사랑해요 ㅜㅜㅜ 



버섯부터 석쇠 위에 살포시 올리고

양고기....라무(ラム) 



양고기는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았고 버섯, 대하, 고기, 고기, 고기, 고기 ㅜㅜ 

부드럽고 살짝 뿌려진 소금 후추가 짭쪼름하니 정말 맛있었다 ㅜㅜㅜ

사장님께 계속 정말 맛있어요, 우와, 진짜 맛있어요 를 연발하자 

소고기를 넣고 푹 끓인 카레를 주셨는데 세상에나 ㅜㅜ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징기스칸을 먹어야 하는데 당장 밥 한 공기를 시키고 싶을 정도로 ㅜㅜ 

우리나라 고깃집에서 주는 파채처럼 양파와 파 등을 기름장에 버무린(?) 것이 있어서

고기가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될 때 한 젓가락씩 집어먹으니 정말 ㅜㅜ

맛있다 는 감탄사만을 계속 내뱉으며 정신없이 식사를 했다. 


Yuka는 내게 내장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패스 


하얀 내장이 석쇠 위에서 꼬들꼬들 익어가는 모습이 참 맛있어 보였지만 

매 번 곱창 등을  시도해 볼 때마다 그 맛이 영 이상했기에 시도하지 않았다.


여자 둘에 남자 하나, 셋이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고 술도 마시고 9천 ~ 1만 엔 정도가 나왔다. 

인당 3천엔 정도에 정말 훌륭한 식사였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Yuka의 지인이 추천해 준 삿포로 맛집 肉の浅鞍는 성공적이었다. 

혼자서라면 절대 와보지 못했을 징기즈칸 집에 데려와 줘서 정말 고마웠다. 

Yuka도 이 가게가 처음이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고, 

징기스칸을  난생처음 먹는 외국인인 나도 연신 그 맛에 감탄하자 

다음번에도 한국인 게스트가 오면 이 가게에 와야겠다고.


내가 워낙 양고기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이 정도로 양고기 잡내를 잘 잡는 가게라면 그 냄새에 아주 예민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정말 맛있게 징기스칸을 먹을 수 있는 가게인 것 같다. 


다루마 등 삿포로 여행 책자에 소개되어 있는 유명한 음식점도 많지만, 

역시 이렇게 현지 사람들이 소개해 준 식당을 방문하는 것도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다. 

게다가 굉장히 남자답게 생기신 사장님은 어머니께서 한국 드라마를 무척이나 좋아하신다며 

나도 잘 모르는 장동건의 명대사를 말해주셨다 ㅋㅋ

(일본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인지 일본 드라마인지는 잘 모르겠다 ^^;;)


안쪽 방의 손님들 이외에 우리 인행밖에 없어서 사장님과도 즐겁게 대화를 하고 식사도 하고 

정말 행복했다.

다음번 삿포로에 가게 되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 





이 맛을 잊지 못하고 친구와 홍대에 있는 징기스칸 집을 가보기로 했는데 

가격이 조금 있어서... 흑흑 ㅜ 



얼른 삿포로에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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