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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댁 Feb 07. 2023

언어 발달 지연이 도대체 뭐길래

코로나 베이비들의 지능이 위험하다.



이제 곧 다섯 살이 되는 내 아이는

'언어 발달 지연'을 겪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자라서 그런지

기존의 우리가 말을 배울 때

상대방과 말을 할 때 입모양을 보고

모방하던 것을 못 하게 되니

더더욱 말이 더디고 늦는 데다가


어쩌다 찾는 종합 쇼핑몰에서나

사람들이 많은 공공기관들에서

떼쓰고 소위 '대'자로 드러누울 때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됐으면

하고 보냈던 어린이집에서도

꽤나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부터

일을 하면서도 도통 잠을 이루지 못 한 나는

나의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을 얻기 위해

아이가 잠든 방에서 작은 무드등에 기대어

핸드폰으로 '금쪽이'나 '육아 119' 같은

육아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며 공부를 했고

결국 실비 청구 지원이 되는 센터를 다니며

아이의 언어 발달 지연 치료를 시작했다.



물론 기존에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케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것을 해주고 싶어

최대한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잘 케어해보려 했지만


어린이집을 보내니 더울 땐 장염이,

추울 땐 코로나, A형 독감 등등

수도 없는 감염병들이 일 하고 있는

나의 핸드폰을 수도 없이 두들기며

당장 회사를 나설 것을 독촉해 왔다.



결국 나는 반차를 여러 번 쪼개어 써보다가

같은 팀원들에게 결례가 될 듯하여

육아 휴직이라는 걸 내었다.



휴직서를 낼 때에 아이가 코로나를 겪고 있어

휴직계 제출을 위한 외출도 되지 않았고

생필품의 직접 구입도 어려워 배달을 시켰었는데


아이의 열이 41도를 육박하고 있는 데에도

응급실이나 병원 출입이 어려워져서

나의 각박한 모든 상황을 다 접고

고사리 같은 나의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수도 없이 기도만 했던 것 같다.


코 끝이 찡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는데

나까지 울면 아이가 마음이 더 약해질까 봐

아이의 이마에 찬 수건을 얹어놓고

엄마가 보리차 좀 가지고 올게 하며

부엌 구석에서 눈물을 훔쳐냈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잔병 치례는 당연한 거라며

네가 조금 더 마음 굳게 먹고

아이를 위해서 힘내야 한다고

아이가 아프니 곧 너도 아플 텐데

먹고 싶은 거라도 사 먹어라 하시며

보내주신 용돈 20만 원과 직접 길러 캐 보내주신

고구마 택배 상자가 어찌나 힘이 되고 감사하던지.



엄마가 되어보니 더더욱 감수성이 폭발하는지

평생을 오빠와 날 위해 일하시다

이제 겨우 쉬시는 엄마가 보내주신 용돈을 보아도,

열과 싸우다 지쳐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아도,

회사와 이리저리 씨름하다 받아낸

육아휴직 과정에서 남겨진 문자들을 보아도,


왜 이렇게 울컥울컥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육아휴직원을 쓸 때에는

첫 달부터 아이와 나를 위해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을 가지고

타이트 한 일정으로 부지런 떨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의 나는 그저 아이의 수업 일정에 맞춰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 이하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다른 집 엄마들은 아이들 말 트이는 것부터

티브이 영상 전부 다 끊고 먹는 것까지 유기농에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육아법을 공유하면서

공동구매 같은 것도 진행하며

제2의 전성기를 펼치고 사는 것만 같은데


나름 인서울 대학원 입학도 했던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아가고만 있는 걸까.



어쩔 땐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말씀 한 마디에

내 아이의 근본이 평가받은 것처럼

하루 종일 심란하고 속상하다가,


또 어떤 날에 언어 지연 치료 선생님의

자기가 맡아본 아이들 중

가장 최 단기간에 최고로 빨리 나아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평가에 내적 댄스를 추며 날아다니니.


이런 감정의 격한 변화를 다스리기 위해서

도대체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걸까.



연기과를 다니며 심리학을 교양 수업으로 들을 땐

이 세상의 모든 감정을 전부 수용하고

도출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만만했는데,


지금의 나 자신은 코로나 베이비들의

무기력해진 모습을 닮아있는 것 같다.



이랬던 내가 어떻게 위의 글처럼

내 아이가 최단기간에 제일 빠르게 나아졌고

나의 끝도 없는 우울감의 상태를

최대로 빠르게 끌어올렸는지에 대해서

직접적인 경험 공유로 지식을 나눠보려 한다.


나처럼 길고 어두운 감정의 터널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던 코로나베이비들을 키우는

엄마 아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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