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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한 Aug 26. 2021

법인 명의 오피스텔 전세계약의 AtoZ

(1) 사건의 발단, 너 왜 그랬니.

출처 : https://pixabay.com/


"OO 씨, 전세 계약할 때 법인 명의는 무조건 피해! 알았지?"


 노후를 대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 회사 부장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었다. 법인이 파산하거나 부도가 나면 직원들의 임금채권이 우선순위가 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100%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었지만 자취 경험이 없는 이에게는 생소한 개념일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업무상 부동산을 취득한 경험이 있었기에 법인 명의는 피해야 한다는 게 기본 수칙처럼 뇌리에 박혀 있었다. 서울에 첫 자취방을 구할 때도 당연히 개인 명의 매물을 찾아 계약했고, 월세였지만 큰 스트레스 없이 계약기간을 채웠다. 문제는 월세 부담을 줄이고자 전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귀하디 귀한 오피스텔 전세 매물을 찾아 나섰다. 전세보증금은 억 단위로 넘어갔지만 중개사가 보여주는 매물은 곧 쓰러질 것 같은 남루한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맨 처음에는 지하에는 오래된 노래방이 있고, 계단에는 불도 들어오지 않는 방을 봤다. 그다음에는 시장 한복판 생선가게 위에 위치한 습기가 가득한 방이었다. 


 중개사는 전세는 구하기 어렵다, 깔끔한 방을 구하려면 반전세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더워서 몸이 지치는 것과는 별개로 대출까지 해가며 억 단위의 돈을 준비해도 서울에서 '여자 혼자 살기 좋은 깔끔한 원룸'을 구할 수 없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 


 결국 서울 내에서도 그나마 시세가 저렴한 동네로 알아보고, 예산을 최대로 올려 원하던 조건의 오피스텔 전세 매물을 구할 수 있었다. 탁 트인 대로변에 위치한 신축 풀옵션 오피스텔, 지하철 역세권에 방은 1.5룸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비하면 운동장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완벽한 집은 그렇게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 늘어난 통근 거리, 생소한 지역 등 아쉬운 점도 있었다. 찌는듯한 더위 탓일까, 눈이 너무 낮아진 탓일까.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이 계약할 수 있으니 우선 가계약을 해야 한다.'는 중개사의 말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가계약을 하러 방문한 사무실에서 등기부등본을 보고 나서야 그 매물이 법인 소유인 것을 알았다.


 내가 법인 소유인 것을 언급하며 걱정하자, 중개사는 등기부등본이 깨끗하고 인기 많은 매물이라 확정일자만 받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인기 많은 매물이나 오늘 가계약을 하지 않으면 금방 나간다고 강조하면서. 대출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나는 왠지 모를 압박과 불편함을 느끼며 계약금을 이체했다.


 신축이니까, 대로변이니까, 근저당권 없이 깨끗하니까 괜찮겠지.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이리저리 튀어나오는 불안은 잠재우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는지, 그 후의 이야기는 후술 할 예정이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저처럼 걱정 많고, 조금의 리스크도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은 저희 前부장님 말 들으세요. 법인 명의 전세계약은 피하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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