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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견디는 힘

by 고로케

이순재 배우님은 단지 70년 동안 훌륭한 연기와 인품을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과거의 낙후된 방송 시스템 속에서 그 오랜 시간 연기 했다는 사실이 더 대단하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그리는 자유로운 예술가는 많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 어찌보면 갑갑하고 부조리한 시스템을 견디면서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더 위대해 보인다.

드라마와 영화는 개인의 예술이 아니라 협업의 예술이다.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듣고 인내하는 시스템의 예술이기도 하다. 오히려 자기 연기만 준비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합을 맞춰야 할지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추앙하는 결과 이면에 그것에 도달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굴욕과 말도 안되는 과정을 견뎠을지 생각하면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열정만으로 닿을 수 있는 영역인지 요즘들어 새삼 다시 생각해본다. 연기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연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한 강제된 시스템을 견딜 수 있는 인내도 사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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