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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쓰민 Mar 19. 2024

잘못된 방법+성실=아작

미련맞은 사람이 감사하며 살기

일요일 저녁 노곤 했다. 실은 저번주 수요일 아침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일정 후 컨디션이 잘 회복되지 않았다. 몸을 고되게 쓰는 노동이라도 했으면 이해가 될 테지만 중간집결지까지 운전하고 내내 운전해 주는 차 뒤에 타서 밥 먹고 차 마시고 강의 듣고 다시 돌아온 것이 전부인 이 일정을 못 버틸 만큼 체력이 축난 건지 외출 후 컨디션 회복기간이 점점 길어지니 별 쓸데없는 생각에 정말 무슨 병이라도 난 건지 싶어 미뤄둔 건강검진을 예약했으니 이 정도면 건강염려증인가 싶기도 하다. 생각은 멈추질 않고 e에서 i형으로 변해 혼자 집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인가라며 MBTI까지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강의장에 들어선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예전 부동산강의 입문시절이 떠올랐다. 예전엔 오히려 그 에너지가 나를 묘하게 흥분시켜 뜨거워졌다면 이번엔 뭔가 같은 듯 달랐다. 사람들의 열망에 놀랐고 강의를 듣는 내내 꽁꽁 닫힌 내 사고의 틀에 균열이 가느라 힘에 부쳤던 것 같다. 그런 내적 외적 에너지가 소모되어 여러모로 회복이 늦는 데다 금요일부터 주일까지 계속 신랑과 놀다 보니 집에 오면 방전된 몸을 충전하느라 풀잠에 빠져버린다. 그리곤 늦은 밤까지 잠이 오지 않아 회복의 악순환을 반복하다 사달이 났다. 


 “아앗!!!! 어! 어 이거 뭐지?? 왜 이러는 거지?? 엄마! 뭐지??” 

주일저녁 양치 후 입을 헹구려 몸을 수그리는데 허리에서 후드득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 낯선 통증과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어렵고 불쾌했다. 경험한 적 없는 이 느낌은 고통인지 놀란 건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생애 처음 느끼는 기분에 너무 혼란스러운 데다 허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닌가 나 이제 못 움직이는 건가? 그 순간 두려움과 공포감에 절로 소리쳤다. 잠시 정신을 좀 가다듬고 흥분을 가라앉혀 움직여본다. 디스크가 터진 건지 인대가 끊어진 건지 근육이 다친 건지 무튼 허리가 자유롭지 못했다. 내일 당장 병원으로 가야지 마음먹고 오랜만에 신랑의 병시중을 받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도 오늘도 후기를 살펴 찾아간 신통한의원은 정말 신통한지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 차있었고 나도 그 틈에 합류해 침과 부황을 떴다. 선생님의 말씀이 잘못된 자세가 균형을 깨뜨리고 그것이 누적되면 어느 날 종이 한 장 드는 것도 무리가 되어 다친다는 말씀. 얼마 전 합평에 바른 자세가 중요하네 떠들던 내 꼴이 우습게 허리가 이모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유력한 후보는 플랭크다. 플랭크 자세가 잘못되면 허리와 골반이 아작 난다던 꽤나 자극적인 문구의 유튜브 제목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바로 그 꼴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힘들면 엉덩이를 올려드는데 그게 허리에 많은 무리가 되고 또 얼마 전 시작한 계단 오르기도 마찬가지 바른 자세가 아닐 경우 허리에 좋지 않다고 하셨다. 난 건강해지려 했던 행동인데 코어힘을 기르겠다고 한 두 가지 행동이 코어힘은커녕 몸의 지지대에 무리를 주었다. 잘못된 방법을 성실하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몸으로 경험한 것이다. 비단 이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확장해 보면 내 보기 드문 성실함 중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잘못된 방법으로 행하는 것은 없는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통증으로 몸의 피로감은 더욱 커지고 일상이 고단해짐을 느낄 때 내 두 다리로 힘차게 걸을 수 있고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임을 비로소 잃어보고 알게 되니 나란 사람이 얼마나 영리한 채 하지만 이토록 미련한가 싶었다. 잃어보지 않고 감사하는 것은 보지 않고 믿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임을 몸으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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