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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쓰민 May 01. 2024

오월의 첫날에게 이름을 지어주다

햇살이 닮아서

 ‘해보지 않은 일 시도하기’의 일환으로 5월부터 나의 하루하루에 이름을 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4월이 지나가고 새로운 5월의 달력을 펼쳐보니 1일 근로자의 날이라 적혀있는 덕분에 신랑이 저 방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휴식을 취하고 있구나! 그런 의미에서 근로자의 날을 톡톡히 활용하고 있는 신랑의 노랫소리가 밝고 경쾌하게 들린다.


교회에서 받은 탁상달력엔 근로자의 날 밑에 빨간 글씨로 인쇄된 1611년 킹제임스 성경 출간일이 눈에 쏙 들어왔다. 신랑과 내가 꽁냥꽁냥 연애를 시작하게 된 날이 오늘이라 킹제임스성경의 출간일은 저절로 기억되게 생겼다.


 매일 기록을 지속하면서 어떤 날은 지속하기 위해 기록하는 날도 많았다. 어느 날은 생각이 많아서 어느 날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것을 표현할 만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던 날들도 있었지만 쓰기로 했으니 쓰자라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생각을 활자로 전환하기 위해 애썼다. 본디 시작은 흩어지는 하루를 활자로 담아두고 싶은 욕구가 많았지만 지난 글을 보면 그때의 감정들이 그날의 생생함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달도 여지없이 지난 4월을 되돌아보며 무엇을 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살피려 기록들을 뒤적이며 느낀 것은 행위의 흔적으로는 그날의 감정을 가늠하기엔, 다시 기억하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기록을 돌아보며 행위에 집착한 내가 보였다. 실행여부에 중점을 둔 기록들은 그것 너머를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하루에 이름 지어주기. 오늘은 나에게 어떤 날이었는지 행위는 행위대로 남겨두고 그에 의미를 더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첫날이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다 보면 이것이 주는 가르침이 있을 테니, 이것들을 이어주는 무언가 생길 테니 한번 해보자 싶었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화창했고, 신랑과 함께 산책 겸  피자를 사러 함께 걸었다. 

2009년 5월 1일 그대의 설렘은 아닐지라도 함께 걷는 내 기분이 좋았다. 걸으며 연신 날씨가 너무 좋다며 이것저것 조잘거리는 나를 두고 아줌마가 다 됐다며 수다스러워졌다는 신랑의 예쁘지 않은 말도 오늘은 너의 수다가 사랑스럽다는 말로 들리는 것이 환청 인가 싶을 만큼 기분 좋은 날.

오늘 햇살이 그날의 햇살을 무척 닮았더랬다. 그래서 2024년 5월 1일은 ‘다시, 1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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