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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쓰민 Jun 19. 2024

스위스가 시드니를 살렸네

프로젝트 살리기

나만의 프로젝트, 시드니 여행기를 진행 중이다. 

‘긴 여행에 쓸거리 걱정 없네. 책 한 권은 그냥 나오겠는데?’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겠는가. 한 권은커녕 하루치도 적어보지 못한, 그런 자신을 알아채지 못한 나 아니었겠나? 오진 착각에 빠진 나는 글쓰기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금세 잊고 만 게다. 하지만 좋은 재료는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먼바다건너에서 건져 올린 재료를 이대로 흩어지게 둘 순 없겠다 싶은 생각을 한 것도 나. 그렇게 오진 착각에서 빠져나와 조금은 현실적인 나로 돌아와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혼자 그냥 쓰면 되지 뭐 기획을 하고 계획을 짜고 난리다. 그런 난리를 치면서 스스로에게 알리는 나만의 시끄러운 시무식 같은 의식치례다. 나란 사람은 정말 허례허식이 과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그렇게 없었다. 실행 1도 없는 요란한 시무식후에 또다시 시무식을 기획하는 꼴이 얼마나 우습던지. 그러다 불끈 정신이 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신랑의 한마디였다. 


 대전에 가면 볼 수 있는 다양한 TV채널에 넉을 놓고 이리저리 돌려대던 화면을 멈춰 세운 것은 융프라우로 향하는 산악열차 밖으로 보이는 스위스의 그림 같은 풍경에 이어 하얗게 반짝이는 설원이었다. 그곳을 보고 있자니 예전 스위스에 가보고 싶다는 엄마의 바람이 기억나 신랑에게 그 말을 전했다.

“엄마가 스위스 여행 가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럼 가~ 너가 글 써서 번 돈으로 다녀오면 되겠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섬세하지도 않다. 섭섭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기약이 없어도 그럼 모시고 한번 가자는 모범답안이 나오지 않아 섭섭했고 글 써서 번 돈이라는 말은 기분이 나빴다. 돈도 안 되는 글이나 쓴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면 선 넘은 자격지심인가? 그래도 그런 애먼 마음이 미뤘던 여행기를 꼭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에 불씨를 당겼으니 일종의 결핍이 좋은 아웃풋으로 이어지는건가 억지로 생각을 좋게 끼워 맞췄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 실행 2일 차는 1일 차의 정리된 표를 보며 시작한다. 표 안에 적힌 글 속에 볼드처리한 단어들과 색이 들어간 단어들을 눈에 띄어 내가 좋아했던 장소, 기억에 남았던 곳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오늘의 할 일, 에피소드를 선정으로 이어간다. 그러다 마주친 생각은 난 무엇을 전하고 싶은 것인가? 재미, 의미, 감동, 정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가? 그것에 따라 선택할 이야기들이 달라질 텐데? 이런 물음뒤에 우리의 인터뷰글이 생각나며 글의 실마리가 보였다. 그래서 먼저 여행에 대한 질문을 선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글쓰기의 경험이 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어준다. 비록 아이디어뿐이고 어떤 질문을 뽑아야 할까? 좋은 질문을 찾기가 또 내 숙제로 남았지만 늦어도 프로젝트의 진척을 스스로 일궈나가고 있다는 것이 기특한 오늘 밤이다. 비록 더위에 허덕이며 빌빌거린 낮을 보낸 내가 있었지만 그래서 그 에너지로 이 시간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도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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