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질까?
요셉은 유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게 얼마만일까, 요셉은 참치 횟집 바에 앉아 유리에 대해 떠올린다.
대학교 졸업작품 전시회 때 유리가 와주었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아니, 건축사사무소를 다닐 때 한번 유리와 유리 친구, 직장동료 건우와 함께 소개팅 같은 걸 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건우와 유리의 친구가 잘 되길 바랐는데, 건우는 유리에게 마음이 있어했다. 알려달라는 유리의 연락처를 건네주지 않았다. 유리도 건우에게 마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유리는 누가 뭐래도 요셉의 첫사랑이다. 동생이고, 마음으로 아끼는 녀석이다. 건우 같은 녀석과 어울릴 아이가 아니다.
그날 강남역에서 본 유리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꼬마였을 때부터 유리와 한 교회에 다녔다. 작은 교회에서 유리를 좋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두 살 어린 동생들도 유리를 잘 따르고, 은근 고백한 애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정신 못 차리고 유리를 좋아했던 시간이 있었다. 노래방에 가서도 유리 생각만 하며 노래를 불렀다.
주로 불렀던 노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었다. 농구도 그래서 열심히 했다.
기타도 유리 앞에서는 더 잘 치고 싶었다.
한참 공부에 집중해야 했던 시기에 유리에게 온통 신경이 갔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교회를 옮기는 게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꼭 그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요셉은 이사를 했고, 학생으로서는 꽤 먼 거리 탓에 그 이후로 유리를 볼 수 없었다.
요셉이 대학을 잘 갔다면,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유리를 만나러 갔을 텐데, 요셉은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과 지방으로 가게 된 대학교에, 떳떳하지 못하다고 여겼다.
연락이 끊겼던 유리, 강남역에서 그날, 요셉에게 실망했다고 생각했다. 요셉은 초라해진 모습으로 유리 앞에 서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로 5~6년이 되었나? 유리는 그대로일까? 크게 달라지지 않았겠지.
갑자기 카카오톡에 유리의 근황이 표시됐을 때 요셉은 다시 가슴이 뛰었다. 어쩌면 지금의 이런 나라도, 유리는 좋아해 줄까?
유리는 연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꼬마가, 갓 대학교 졸업하고 회사생활을 시작하던 때에 봤는데, 원피스를 입은 유리는 처음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은 교복 입은 모습을 봤다. 낯설다.
여자가 된 것 같은 유리다. 요셉에겐 늘 첫사랑이었지만, 제대로 표현해 본 적이 없다.
꼬맹이에게 이 마음 표현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