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m Jung Apr 25. 2023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 기간: 2023.04.20~2023.08.20

관람일: 2023.04.21





에드워드 호퍼는 예전에 공효진 배우가 출연했던 ‘쓱(SSG)' 광고의 모티프로 사용된 그림을 그린 작가다. 대중적인 작가라서 그런지 얼리버드 티켓도 일찍 매진되었다고 한다. 전시는 4월 20일에 오픈이었고 미리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해서 오픈 둘째 날인 21일 첫 타임에 다녀왔다. 10시에 거의 맞춰 갔더니 일찍 온 사람들이 많아 대기줄이 미술관 앞 광장을 거의 다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입장하는데만 15분 이상 걸린 것 같다. 인기 작가의 위상을 실감하며 전시를 보았는데, 호퍼의 주요 작품이 있는 2, 3층은 촬영 불가하고 아카이브 위주로 구성된 1층만 촬영이 가능했다.



전시는 2층-3층-1층 순서로 관람하게 된다. 2층은 호퍼의 초기 연구작들, 3층은 도시와 자연, 문명 속 인간의 소외라는 주제가 드러나는 호퍼 스타일에 근접한 작품들, 1층은 호퍼가 예술가로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과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들은 호퍼의 화풍과 관심사가 일생에 걸쳐 어떻게 발전했는지 잘 드러나도록 배열되어 있었다. 초기 자화상들은 얼굴을 정면으로 그리지 않고 비스듬하게 그려 얼굴에서 빛의 대비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자화상과 함께 손의 묘사에 굉장히 집중했는데, 그려진 손들은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무언가 움켜쥐려는 듯한 강렬한 힘을 묘사한 경우가 많았다. 얼굴과 손의 묘사에서 전체적으로 성공을 향한 열망 같은 것이 느껴졌다. 파리 유학생활에서는 자연의 묘사와 빛과 건축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었고, 뉴욕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에칭 기법을 통해 다양한 인물 군상과 세부적인 건축 표현을 연구다. 특히 하나의 건축물을 묘사하기 위해 건물의 구조를 세세하게 분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도 한 번에 작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연습과 분석을 반복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새삼스레 존경심이 들었다.

     2~3층에 걸쳐 호퍼의 작품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나면 마지막 1층에서는 호퍼가 예술가가 되기까지 도움을 준 아내, 예술가로 자리 잡기까지 생계를 잇고 습작으로서 도움을 준 상업 일러스트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서 유일하게 1층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호퍼가 '어떻게 ' 예술가가 되었나를 살펴볼 수 있는 섹션이라 점에서 내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특히 아내가 기록한 작품들의 장부는 다른 예술가들의 전시에서는 보지 못한 자료였는데, 작품의 썸네일 옆에 기본적인 정보들과 더불어 특징, 팔린 시기나 비용 등 작품의 경로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적어두어 후대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았다. 또한, 예술가로서 독립하기까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꾸준히 활동했던 모습이 최근 회사와 개인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내게 용기를 주었다.

1층 아카이브 전경
작품 장부
상업 일러스트들



전시를 보면서 온전한 자신의 창작물로 성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와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 것에 의문이 들던 요즘,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스스로 이겨 호퍼를 보면서 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방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