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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둥이긴개 Mar 23. 2024

이직 준비란 무엇인가

  우연히 생긴 좋은 포지션으로 이직 준비로 글 쓸 정신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론 첫 취업 이후 몇몇 회사를 거쳤지만, 스카웃을 받은 게 전부였다. 나온 자리에 정식으로 이직을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그 자리는 몇몇이 탐내면서 경쟁해야 하는 것이고, 나 또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이직은 소개팅과 비슷하다. 어떤 회사에서 나온 자리가 내가 살아온 삶과 부합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 회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뛰어난 한 명을 골라야 한다. 소개팅도 그렇지 않은가. 각자만의 기준이 있고, 기준이 맞으면, 그 와중에 이 사람이 내 최선인지 둘 중 갑인 자는 골라야 하고, 을인 자는 선택받기 위해 최선인 것처럼 꾸며내야 한다. 


  운 좋게도 가려는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건 나와 부합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대로 이력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광탈은 확정이다. 동물들이 보호색으로 무장하는 것처럼, 그저 그런 경력도 대단한 것처럼 꾸며내야 한다. 또한 그 회사에서 요구하는 스킬을 토대로, 이력서 한 줄 한 줄을 벽돌 쌓듯이 재조정해야 한다. 마치 내가 최선인 것처럼. 또한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이 허위가 아닌 것을 증빙하기 위해, 포트폴리오까지 만들었다. 처음 이직인지라, 다른 사람들 사례를 보기 위해 지인들한테 포트폴리오를 요청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을 보는 순간, 내가 과연 저렇게 까지 만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퇴근하고 저녁을 반납하며 완성되가는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자신감이 올라왔다. 

  사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건 지금 직장을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이력서를 쓰면서 알게 된 건 그동안 나를 정의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첫 취업 이후 이런저런 일을 다했지만, 누군가가 나보고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길게 주구장창 설명하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다루는 무기는 많았지만, 내가 창병인지, 기마병인지 아니면 궁수인지 알 수 없었다는 얘기다. 자네는 군대에서 뭘 하나? 식량 보급도 좀 돕고 있고요, 적이 나타나면 활통에서 쏘기도 하고 다가오면 칼을 휘두릅니다. 이런 셈이다. 

  현재 직장에서 주는 월급이 괜찮아서 버티고 있지만, 그 회사가 천년만년 나를 살려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성장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환상만이 해소시켜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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