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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둥이긴개 Apr 26. 2024

느와르를 좋아하는 이유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삶에 즐거움을 주는 컨텐츠이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느와르 장르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총으로 시원하게 갈기고 뒤집어지는 것을 구경하는데 희열을 느껴서 보기 시작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토리나 디테일에 더 신경이 가는건 사실이다. 


  왜 나는 느와르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내 평화로운 일상과 느와르 속의 총과 칼이 쏟아지는 거친 삶은 괴리가 있다. 하지만 둘은 공통점이 있다. 어떻게든 살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목표를 잃고 방황하거나 벽을 느끼고 절망이 와도 결국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느와르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휘말려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상당수는 복수극이 메인인데, 과연 복수극은 우리 삶과 닮아있을까?

  삶을 망가뜨린 존재를 찾아내 끝끝내 정리하는 것. 그게 바로 복수일 것이다. 주인공들은 이를 참고 살아갈 수 없었기에 여정을 나선 것일테고. 결국 그들도 살아가기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삶의 가치는 복수에 있다.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무언가를 추구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은가. 


  예전에 들었던 강의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경찰관 분들이 은퇴하고 10년내로 사망하는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이다. 일찍 돌아가신 분들의 특징은 은퇴한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은퇴한 후에도 소소하게라도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신다고 한다. 목적과 의무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큰 목표 없이 평범한 삶을 사는 것도 그 평범한 자체를 추구하는 삶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든 형태가 어떻게 되든 결국 추구하는 바가 있다. 


  느와르는 이걸 직접적이자 야생적으로 그려내기에, 가끔은 심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삶 속에서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거 아닌가 싶다. 내가 현실에서 누구를 쏘거나 칼을 휘둘러가며 이뤄야 할 목적은 없겠지만, 나도 목적을 지니고 이뤄지길 소망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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