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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둥이긴개 Mar 02. 2024

날씨 풀리기 전에 풀어보는 스키장썰 (1)

  한달에 한번씩 집에서 같이 와인을 마시는 친구들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같이 와인을 마시다가 한명아 갑자기 스키장을 같이 가자고 했다. 지루하게 세월을 보내던 찰나, "한번" 가보고 싶어서 "그래"라고 답해버렸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우리 셋 이외에 다른 사람들도 모집해보려고 했지만 다들 간만 볼 뿐 딱히 갈 생각은 없어보였다. 결국 우리셋이서 가게 되었다. 나는 장롱면허고, 한 친구는 면허증이 없었다. 생존을 위해 나머지 한 친구가 운전기사를 맡게 되었다. 이른 주말 아침부터 일어나 평창의 허연 땅을 향해 바퀴는 굴러갔다. 

  휴게소를 거쳐 아침 10시 쯤에 스키장에 도착했다. 아직 펜션 입실 시간은 아니였기에, 짐은 차에 두고 몸만 내렸다. 스키장답게 바닥에는 눈이 가득했기에, 안넘어지려 신발을 스케이트처럼 빙빙 휘저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후로 스키장을 가본 적이 없다. 거의 20년 만에 오는건가? 그래도 당시에 스키를 어렵게 탄 기억은 없었기에, 당연히 잘 탈거라고 생각했다. 뭐 어찌됐던 친구가 가르쳐주겠다고 했으니. 그렇다,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임대한 장비를 착용하고 스키장에 발을 들인 순간 느낀 것은 기억속의 경험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어릴 때보다 지구의 중력이 강해진 느낌이랄까. 친구들은 잘만 휘젓휘젓 가는데, 나는 리프트 탑승구로 향하는 길마저도 뒤에서 누가 잡아끌듯, 조금은 버거웠다. 뭐 곧 익숙해지겠지!


  오랜만에 탄 리프트는 재미있었다.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는 스키장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 이걸 보기 위해 스키장에 오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키득거리며 친구들과 조금 높은 초급자 코스로 올라갔다. 이 코스로 올라가야 리프트로 반복하는데 시간이 덜 걸린다고 한다. 

  리프트에서 내리고 잘 타는 친구가 요령을 알려줬다. 다리를 A자로 벌리면서 속도를 늦추면서 타면 괜찮다고 한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말이다. 한번 내려오면서 멈춰보라고 친구가 말했다. 그렇게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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