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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둥이긴개 Mar 28. 2024

손님 없는 식당가기

 

  집 근처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고급 돈까스 식당이 있었다. 외관은 카페인가 싶을 정도로 정갈하게 꾸며져 있고, 밖에서 지나칠 때는 외관이 오히려 너무 카페 같아서 밖에다가 돈까스 메뉴판을 내놓기 전에는 식당이라고 인지하지 못했었다. 식당 면적이 은근히 작지 않은 것도 한몫하는 거 같다. 


  저녁 때는 사람이 한창 붐비기도 했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아무래도 커플 단위로 많이 방문하는 식당이었다. 나야 동네에서 홀로 사는 사람이니, 감히 들어가지는 못했다. 커플들 한가운데서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니, 상상마저 하기 싫다. 


  하지만 사람 없을 때는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아무래도 돈까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퍽퍽한 돼지고기를 바삭한 튀김옷으로 덮어 소스를 묻혀 입안으로 들어가 씹히는 식감 사이로 퍼지는 부드러움으로 진화시키는 완벽한 음식, 돈까스를 발명한 이에게는 필히 대대손손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돈까스를 취급하는 식당이 어느 날부터 손님이 뜸해졌다. 낮에 지나갈 때는 항상 사람이 없었고, 저녁에는 한두 명, 주말에는 간간히 있으나, 그마저도 테이블에 빈자리가 가득했다. 식당에서 취급하는 건 경양식 돈까스가 아닌 일식 돈까스인데,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었지만, 이 동네 입지를 생각하면 또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었다. 마음속에 의문이 일어났고, 언젠가는 한번 가서 그 이유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마트를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골목에 그 돈까스집이 있었고, 역시나 손님이 없었다. 저걸 가야 하나 고민하면서 지나치던 찰나,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테이블에 착석하고 메뉴판을 보다가 등심 돈까스를 시켰다. 사진의 핑크빛 속살을 보아하니 돼지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고, 부드러운 맛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주문을 했는데 종업원분이 무료로 등급을 올려주시겠다고 한다. 물론 나는 환영이다. 


  폰을 만지작거리니, 이제 기다리던 돈까스가 나왔다. 핑크빛 속살을 자랑하려는 듯이 한 조각의 절단면을 천장과 마주 보게 눕혀놨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핑크빛 속살에 살짝 거부감이 든다. 육회든 생선회든 잘 먹는 나이지만, 돼지고기를 설익혀 먹는다니, 유쾌한 경험이 되길 바라며 한 조각을 베어 물었다. 


  부드럽다. 마치 생크림과 같은. 근데 고기에서 생크림 식감이라니... 그것도 돈까스가 말이다. 정말 느끼하다. 돈까스 소스보다는 고추냉이랑 소금을 찍어먹는 게 그나마 방파책이었다. 고기는 분명 좋은 걸 쓰는 게 분명하다. 돼지고기에서 이렇게 부드러운 맛을 느끼긴 처음이니 말이다. 근데 튀김옷이 살짝 기름에 절여있었다. 눅눅하다고 까지는 아니지만, 고기 자체가 부드러운데 튀김옷이 바삭거리지는 식감이 부족하니, 버터를 통째로 먹는듯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건 어떻게 조리한 걸까. 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으려고 낮은 기름 온도에서 오래 튀겨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돈까스에서 이런 맛을 보는 것도 신기한 일인지라, 힘들지만 소금과 고추냉이의 힘을 빌어 한 그릇 해치웠다. 결제하러 계산대에 섰는데, 식사 맛있게 하셨냐고 나에게 되묻는다. 잠깐의 정적 후 네 그렇다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남의 영업장이고 나도 식당 전문가가 아닌데 딱히 조언할 자격은 없으니까. 또는 나만 맛이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 않는가. 


  뒷북으로 여기서 얘기하자면, 밑반찬에 피클로는 불충분하다. 김치 정도가 되어야 이 느끼한 맛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기름에 튀기는 시간은 좀 더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도 돈까스를 많이 튀겨본 경험은 없지만, 이렇게 느끼할 바에는 설익은 고기맛을 버리고 차라리 완전히 익히는 게 나아 보인다. 이렇게 튀길 거면 튀김옷 레시피를 바꾸어 좀 더 텁텁한 맛이 나도록 개선하던지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 고기 자체가 너무 좋아서 생기는 문제점이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우니 반대되는 성질의 튀김옷으로 무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격대... 동네마다 각자 맞는 식당들이 있다. 이 이상으로 얘기하면 어디인지 알 거 같아서 생략하겠다. 이 동네에 퀄리티 있는 돈까스를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오기는 힘들 거니까. 그 돈으로 사 먹을 수 있는 다른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말이다. 차라리 근처 직장인을 타깃으로 가성비 있는 점심을 내놓는 게 잘 먹히지 않을까. 면적도 큰데, 충분한 공간 여유를 제공하는 식당 콘셉트도 괜찮다. 아무튼 식당 주인분이 우연히라도 읽길 바라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다. 

  

  참고로 돈까스 그리고 싶었는데, 작업시간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 나중에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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