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생존전략 1장-현실을 읽자] 젊은 층에게 1인 2표도 생각해야
나는 <노마드 라이프>에서 통찰력을 이야기하면서 칭기즈칸의 말을 인용했다.
“만약 지혜와 기교가 없다면 발아래 양도 잡아먹을 수가 없고, 만약 지혜가 넓고 기묘하다면 깊은 산속의 가축도 능히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이 말은 지금 생각해도 유효한 말이다. 나는 일상을 말할 때 통찰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영어로 ‘insight’를 말하기도 한다. 신중년들에게 인사이트는 왜 중요할까. 가장 큰 문제는 인사이트 없이 세상을 바라보면 자신들이 닥치지 못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그 위험 앞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중년에게 가장 필요한 통찰력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위치한 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 위치는 대한민국 경제 발달 과정 속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이고, 정치 변화 과정에 어디에 있는가 이기도 하고, 인구 변화 과정에 어디에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세 가지가 모두 중요한데, 간단히 인상을 정리해 본다.
우선 정치 변화 과정 속에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중년도 약간 참여했지만 지금 한국 정치는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정립된 체제 속에서 살아간다. 민주적 정당제를 바탕으로 하고, 1인 1표 투표제를 바탕으로 한다. 87년 이후 보수정당이 주도하는 노태우, 김영삼 정부가 있었다. 하지만 1998년 진보정당으로 평화적 정권교체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있었고, 다시 보수정권으로 돌아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국정농단으로 인한 탄핵이 마무리되고, 이후에는 문재인을 거쳐서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
정권 교체는 계속됐지만 주기는 5년으로 짧아지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정권의 흐름뿐만 아니라 세대 간 정치 흐름도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지난 대선에는 20대 남자와 여자가 완전히 갈라져서 투표를 했다. 젊은 층이 진보를, 장노년층이 보수를 선택한다는 공식도 깨졌다. 신중년들은 여전히 가장 진보적인 정치그룹을 형성하는데, 이들이 노년층이 된다고 해서 보수층이 늘어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정치 갈등에서 세대 갈등은 가장 첨예한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신중년들이 사망하면서 인구를 줄어들겠지만, 청년층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서는 늦다. 통계청의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2023년 55세 인구(1967년생)가 84만 1천 명이고, 20세 인구(2002년생)는 48만 6천여 명으로 중년층이 압도적 숫자다. 그럼 20년 후인 2043년에는 어떨까. 1967년생은 75세가 되는데 76만 명가량이고, 2002년생은 40세가 되는데 50만 명가량이다. 귀화 등 다양한 상황을 반영한 인구일 텐데도 고령층에 비해서는 확실히 적은 인구다. 결국 청년층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투표로 가면 장년층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젊은 층은 앞으로 30년 넘게 앞 세대에게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을 반영해 개인당 표의 가치를 재계산하는 방법 등을 찾아야만 젊은 층은 정치적 상실감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비중을 감안해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에는 1.5표나 2표로 계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를 통찰력 있게 볼 필요도 있다. 우선 한국은 박정희 정부 시절에 시작된 중화학 공업을 바탕으로 제조업 국가로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가치사슬이 붕괴되고, 우리의 고령화로 인해 과거와 같은 산업구조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현재 건설 현장 노동자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축이고, 농촌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은 가업이 승계되지 않아,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할 상황이다. 심지어 도시를 꾸려가는 다양한 유지인력(운전, 도로철도 관리, 전기가스 관리)도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변화는 말레이시아의 저가 노동자를 활용하던 싱가포르의 사례를 닮아갈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싱가포르나 홍콩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IMF자료에 따르면 2023년 싱가포르의 1인당 91,100달러, 홍콩은 52,429달러다. 반면에 한국은 33,393달러다.
이 두 강소국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대안을 제시하는 흐름도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는 이런 흐름의 맥락을 잡 잡아서 이 사회에 제안하는 이다.
신중년들 대부분은 오십 초반부터 육십 사이에 직장에서 나온다. 그리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야 한다. 김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일하는 세대가 적어지면, 부양비를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의 계곡’으로 간다고 말한다. 과거 3명이 일해 한 명을 부양하던 패턴이 2030년이 지나면 한 명이 일해 한 명을 부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이모작 사회’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일할 수 있는 55세부터 75세까지 장년층이 일하는 룰을 찾자는 것이다. 정년연장을 통해 청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젊어서 강한 유동지능이 아닌, 연륜을 통해 생긴 결정지능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결정지능은 오랜 경험과 경륜, 판단력을 통해서 일을 해내는 것이다. 전문서비스, 행정, 관리, 복지 서비스는 중장년층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에 젊은 층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4차 산업혁명 분야를 활발히 익힐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중년들이 믿는 것 가운데 하나가 연금이다. 필자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결합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적연금연계제도로 인해 연금에 대한 기대도 있다. 젊어서 대기업에 다녔던 아내의 국민연금도 있어서 노후에는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연금 고갈’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앞서 말했듯이 젊은 층 한 명이 노년 층 한 명을 책임지는 사회는 지속 불가능한 사회다. 결과적으로 김태유 교수가 말한 방식을 통해 신중년층이 연금을 받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에 대해 사회가 동의해야 한다. 과거의 인구 변화를 바탕으로 설계한 공무원 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도 국고가 보조되는 연금이라면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명한 가장 큰 문제는 어느 날 발생한 산불로 인해 숲 자체가 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 자체의 환경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숲이 타서 짐승들이 살지 않으면 아무리 지혜가 있어도 먹을거리를 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