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츄 May 12. 2017

엄마의 소원을 이뤄주세요.

두번째 인테리어 재능기부 이야기 #1

재능기부를 시작하고 아침에 출근을 해서 메일을 열어 보면 가끔 사람에게서 (?) 메일이나 쪽지가 와 있다.

(요즘은 사람한테서 메일이 오면 그렇게 반갑다.)

재능기부에 관련된 의뢰인들의 다양한 사정들과 함께 간절함이 묻어있는.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주 간절하고 마음이 가는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어느 엄마의 이야기






어느 엄마의 소원이었다.

평생 인테리어를 한 예쁜 집에 살아 보는게 소원이어서 나의 재능기부 이야기를 보자마자 너무 설레서 잠이 오지 않았다는 . 그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긴 장문의 내용이었다.


항상 예쁜 집을 꾸며보고 싶었지만 살아가는 게 바빠서 매번 나중에 나중에 미루다가 벌써 30년이 지나버린 엄마의 이야기는 나의 엄마를 생각나게 했고 다른 어느 의뢰인보다 만나보고 싶게 만들었다.


만남을 갖기 전에 몇 통의 메일을 주고 받는 동안에도 꽤나 적극적이신 모습이 마치 엄마랑 인형을 사러 가는 어린 아이의 신나는 마음과 같았다.







그렇게 나의 두번째 의뢰인은 정해졌고 약간 쌀쌀한 작년 초 겨울,  어느 한 카페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와 같은 선한 눈을 가진 그녀



쌀쌀한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사 앞까지 찾아오셨다.

한 걸음에 달려왔다는 말에 죄송스러우면서도 감사했다.

주말근무를 하시는 중이라 주중 쉬는 날 나의 점심시간에 맞춰 멀리서 부터 와 주신 것이다.


SNS를 잘 하지 않는 그녀는 그날 우연히 직장동료의 제안으로 재능기부라는 말을 검색하다가 내 글을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거의 반신반의 하면서 썻던 간절한 글이 당첨이 되고 이렇게 상담을 받고 있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했다.


사실 나의 직업 상 이렇게 재능기부를 하지 않아도 종종 인테리어 상담을 해준다.

나에게 재테크 상담과 같은 것이다. 나는 어렵지만 금융권 전문가에게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한마디의 말들.

나는 그 한마디의 말이 감사하고 그들은 그런 말이 그렇게 까지 어렵지 않은 간단한 조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나도 종종 상담을 해주곤 하는데 사실 수십건의 크고 작은 상담을 하지만 이렇게 즐겁게 도와드리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작은 도움이 상대에게 이렇게 큰 기쁨을 주는구나'

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심에 내가 더 감사해야 할거 같다고나 할까.



아이들의 방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약 30년 만에 장만하는 첫 집이라고 하셨다.

20평형대의 작은 집이긴 하지만 신축이기도 하고 '내 집이다' 하는 뿌듯함도 드는 그런 집이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기쁜 건 드디어 아이들만의 방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항상 "다음에 이사가는 집에는 네 방 만들어 줄께" 라는 말을 할 때마다 미안함이 몰려왔었는데

그 약속을 드디어 지킬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하셨다.



    "자녀 분들이 몇 살이신가요?"


아이들 방을 꼭 만들어 주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듣다보니 자녀 분이 아직 어리시구나 싶었다.

     :     " 자녀분이 몇 살이신가요?"

     그녀 : "아,둘 다 대학생이예요"

       :   " 엥.?...?!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시네요"

     그녀: "네, 근데 저희 아이들이 어릴 때 방이 없었어서 지금은 대학생이지만 너무 어른스러운 방보다는 조금 따뜻한 방이었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방


대학생이 된 두 아들은 둔 어머니였다.

엄마의 마음은 이런가 보다. 자식한테 젤 먼저 마음이 가는 그런 사랑.

당신의 방이 될 안방을 어떻게 꾸밀지 보다 아이들의 방을 먼저 얘기하셨다.


어린 시절의 마음을 만져 줄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의 방이라.

따뜻함이라는 것은 패브릭의 색감질감,가구의 라인,조명의 조도, 향초의 은은함 등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느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디테일한 그림을 제안해 보기로 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핀터레스트를 활용해서 내용을 담아달라고 말씀을 드리려고 핀터레스트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 '아, 그거 이미 하고 있어요' 하시면서 어플을 보여주셨다.


또 한번 감동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미지 검색 어플을 50대 후반의 엄마가 알고 계시다니...


이미지를 스크랩해서 다음 번에 사진을 공유해 주시기로 하고 예산을 여쭤봤다.


300만원


2000만원 짜리 공사를 하면 젤 좋겠지만 그녀가 가진 예산은 300만원이었다.

26평에 300만원으로 집 전체의 가구& 소품을 다 구매를 해야 한다.

다행히도 신축 아파트라 벽지나 바닥, 기타 페인팅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있는 가구라고는 퀸 침대 1개, 슈퍼싱글 침대 1개, 안방 붙박이장 하나, 작은 책상 하나가 땡이었다.


300만원에 소파,식탁,거실장,거실테이블,작은 아들방 침대, 방 3개에 들어갈 협탁, 조명, 커튼, 러그, 기타 소품 등등...

으아악~!!

가능할까????



'300만원으로 26평 아파트 홈 스타일링하기'


이것이 나의 두번째 재능기부 미션 이었다.


to be continue...


언제나와 같이 미끼샷 투척! 완성을 하긴 했네ㅎ





매거진의 이전글 싱글남의 집이 완성됐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