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디자인창의력_03
창의력은 디자인에 있어 빠질 수 없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입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멋지고 사용하기 편리해도 새롭지 않으면 디자인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따라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디자이너들은 밤새워가며 고심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창의력에 대한 이해로 쓸모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새롭다고 하는 것은 어떤 형식이 있을까요? 새롭다고 하는 것은 항상 이제까지 없던 미래적인 것들 뿐 만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새롭게 출간되는 디자인 서적이나 잡지를 보면 새로운 디자인들을 멋지게 선보이고 있지마는 미래적인 것들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새롭게 생긴 의자나 탁자, 이전에 비해 기능적으로 보이는 주방용품 등 새롭다는 것이 꼭 미래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움에는 위의 그림과 같이 시간적으로 미래적인 새로움과 기존과 다른 새로움의 2가지 축이 있습니다.
우선 그림의 X축에 해당하는 '시간적 새로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것은 이제까지 없던 것이 새롭게 등장하는 경우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다가 새로 나온 경우, 전기자동차가 없었는데 새롭게 나온 경우 등과 같이 이제까지 전형이 없던 것이 새롭게 나온 경우에 해당합니다.
지나치면 허구
이 경우 만일 지나친 미래를 그리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미래의 개인용 정보기기를 디자인하라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에는 인간의 세포를 변형하여 전자회로 대신에 사용합니다. 인간의 몸에도 전류가 흐르기에 유전자의 배열을 바꿔서 정보소통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끼리 서로 쳐다만 보고 있어도 서로 무슨 뜻인지 알고, 장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것을 보내어 서로 소통합니다.’라고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 경우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실성이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허구’에 해당합니다.
비슷하면 당연
만일 반대로 미래의 개인용 정보기기를 디자인하라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앞으로 Smart Phone은 화면이 구부러지거나 접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는 앞의 경우와 반대로 이미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고 있거나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당연에 해당합니다.
이 X축에 해당하는 미래에 대한 제안은 바로 현실성(가능성)이 제안에 대한 판단이 기준이 됩니다. 예측 가능한 현실성 즉 현재의 기술 등으로 가능한 범위에 있을 때 그 생각은 수용됩니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허구’가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이 방향으로의 새로움을 찾을 경우에는 신기술 등과 같은 현실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현재에 있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미래를 제시하는 경우는 ‘당연’해져 버립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제시는 당연과 허구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그림의 Y축에 해당하는 ‘다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디자인들 중에는 이 다름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조명, 의자, 생활용품, 주방용품 등 수많은 경우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나치면 엽기
만일 여러분이 일상에 너무 갇혀 지낸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기분전환을 위한 파티를 연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파티의 의상 콘셉트는 이제까지 자신들이 입던 옷과 전혀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런데 그 파티에 어떤 친구가 갓을 쓰고, 상의는 군복을 입고 하의는 스키니진을 입고 신발은 정장구두를 신고 왔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친구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 경우는 다르되 그 다름이 지나쳐서 ‘엽기’가 된 경우입니다.
비슷하면 진부
그런데 어떤 친구는 평소에 입던 옷을 거의 그대로 입고 왔다고 생각해봅니다. 이 친구도 파티의 의도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경우이며 이 경우는 기존과 유사하여 ‘진부’ 한 것이 문제가 됩니다.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범위는 정합성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그 파티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 그것이 정합성입니다. 정합성은 목적이나 의도에 수용 가능함 혹은 적절하게 맞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의 경우는 이 X축과 Y축이 모두 만족되는 경우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적인 새로움만을 따지다 보면 결국 그것은 공학이나 기술의 문제가 되고 정합성만 따지다 보면 그것은 양식만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새로움을 이렇게 구분하여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현재 새로움을 찾는 축이 어떤 축인 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X축으로 미래의 제안을 한다고 해놓고는 엉뚱한 것을 가져와서는 ‘이런 게 있으면 색다르잖아요. 왜 다른 생각을 했는데 안 된다고 하는 건가요?’라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고, Y축으로의 다름을 생각한다고 해놓고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잖아요. 얼마든지 근 미래에는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왜 안 되는 거죠?’라고 질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적 새로움은 가능성으로 판단되고, 다름은 정합성으로 판단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