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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목 Apr 05. 2019

창의력 향상을 위한 6원칙 04.
센서가 예민해야 한다

제7장 디자인창의력_11

회사에서 처음으로 유렵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파리와 밀라노를 들러 회사 업무를 보고 시간이 나는 대로 거리 관광을 하였습니다. 유럽이 처음인지라 가는 곳마다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거리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장면을 찍어도, 호텔의 로비에서 사진을 찍어도,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찍어도 인테리어나 건축 잡지에 실을 수 있는 그림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문화 환경에서 대를 물려 살아오며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들은 정말로 디자인을 잘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너무나 문화적인 환경이 척박한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을 생각하니 마치 너무나 가난한 집의 자식들 같았습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다 같고, 아파트의 모양도 다 같은 곳에 사는 우리 나리의 디자이너들. 정말 멋진 조형을 책 속이나 전시장에서 본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보고 감동받았던 적이 언제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나는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은 너무나 가난한 집의 자식들이고 이 엄청난 부잣집의 부를 가진 나라의 디자이너들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가 한스럽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너무나 윤택해 보이는 그들이 원망스러운 그런 복잡한 기분을 들었습니다. 

이들은 할아버지 아버지 때부터 쓰던 테이블 의자를 디자인하는 것이고, 우리는 한 번도 좋은 물건을 써보지도 못한 채 그런 물건들을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오히려 유렵의 디자인들이 그리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나리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너무나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우리의 디자인이 그들보다 우수하다고 그 당시에는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우리의 환경을 탓하고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생각해야겠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서 아름다운 조형이나 디자인을 찾으면 아주 집중하여 관찰하고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부잣집은 먹을 것이 넘치지만 가난한 집의 자식들을 먹을 것을 열심히 찾아 먹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센서가 예민해야 합니다. 센서가 예민해야 하는 이유는 창의성 1법칙 '아는 것이 많아야 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기관은 훈련에 의하여 놀라울 정도로 예민하게 발달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가 포도주 감별사인 소믈리에나 향수의 냄새를 감별하는 조향사들입니다. 그들은 일반인이 변별하지 못하는 맛이나 향기를 극도로 예민한 미각과 후각을 가지고 변별해냅니다. 

물론 타고난 재능이시고 하겠지만 후천적인 훈련에 의해서도 감각기관을 예민하게 훈련할 수 있습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입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에 색상을 사용하게 되는데, 한 개의 제품에 많은 재질의 서로 다른 부품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표준 칼라칩이라는 것을 만들고, 서로 다른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에게 그 표준 칼라칩을 나누어주고 그 색에 딱 맞는 부품의 개발을 의뢰하고, 그 색상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신입사원 때에 어떤 부품의 색상이 표준 칼라칩과 맞는지 확인하는데 정확하게 맞는 것 같으나 혹시나 하여 상사에게 확인하였는데, 그 상사가 전혀 다른 색이라고 하는 겁니다. 나는 아무리 봐도 같은 흰색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샘플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더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헛갈려하는 저를 보고는 커다란 전화번호부 같은 책을 2권 정도 주었는데, 그 안에는 명함만 한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빼곡히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2권 모두 흰색만 꼽혀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모든 흰색이 다 다른 색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어둡고 밝고 회색 끼가 많고 노란 끼가 많은 정도는 구별이 가나 그 모든 색이 다 다른 색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력이 몇 년 정도 쌓이고 난 후에 그 칼라칩들을 보니 전혀 다른 색들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칼라칩 별로 조색 데이터를 예상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디자이너는 형태와 색, 그리고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조형을 만들어 내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일반인에 비하여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민감하고 예리한 변별력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주변의 사물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디자인잡론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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