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디자인창의력_12
약 10여 년 전에 1학년의 수업시간에
‘음악을 듣고 그 이미지를 표현하라’,
‘어떤 음식을 먹고 그 이미지를 표현하라’,
‘보드라운 천이나 차가운 철판 등을 만져보고 그 이미지를 표현하라’,
‘향수를 맡고 그 이미지를 표현하라’,
‘저녁노을을 보고 그 이미지를 표현하라’는 과제를 낸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과제에 대한 저항감 없이 과제들을 성실하게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청각을 시각으로, 미각을 시각으로, 촉각을 시각으로, 후각을 시각으로, 시각을 시각으로 각각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이러한 정보의 형식을 전이하는 능력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자극에 대하여 느껴지는 정서를 텍스트로 잘 표현하는 사람은 시인이나 문학가일 것이며, 사운드 파일로 잘 전환하는 사람은 작곡가일 것입니다.
이렇듯 사람마다 잘 받아들이거나 발달된 감각기관이 있듯이 마찬가지로 잘 표현하는 정보형식이 있습니다.
창의의 필요 요건 중에 첫 번째가 많은 지식 혹은 정보를 가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잘 발달되거나 훈련된 입력 기관이 다르기에 "나는 시각적 인지가 늦어", 혹은 "시각 이미지 기억이 어렵다"고 하여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감각기관으로 들어온 정보를 얼마든지 시각정보로 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시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80% 정도라고 합니다.
시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에 의하여 입력되는 정보도 매우 감각적이며 미묘한 정서를 느끼게 하거나 시각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 색다른 정서를 표현하는데 매우 적합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시각정보로 변환시키는 훈련은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훈련입니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다루는 정보는 텍스트, 사운드, 이미지, 벡터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텍스트를 이미지로 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훈련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린다거나 그림을 보고 그 정서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 그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훈련은 디자이너의 창의력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왜냐하면 디자이너 외의 전문가들은 이미지보다는 텍스트가 더 편하거나 사운드가 더 편하거나 벡터가 더 편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