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안쪽에 [copy writer ★ KJE]를 새겨 넣은 반지이다.
중학생시절 카피라이터란 꿈을 꾼 후 이 반지를 맞췄다. 그리고 이후 20년 동안 한 번도 뺀 적이 없다.
사실, 카피라이터의 영문은 이렇게 띄어 쓰는 copy writer가 아니라 copywriter로 붙여 써야 하는데...
그래서였을까?
현재 나는 카피라이터가 아닌,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기도 애매한, 창조의 어머니인 모방을 끊임없이 해야지만 그나마 글스러운 글을 흉내 내는 copy writer(모방하는 작가)로 근근이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던 중, 지난 10월 10일 엄청난 사건(지극히 사적인, 혹은 공적일 수도?)을 겪으며 나름대로 꽉 잡고 붙여놨던 마음에 쩌-억하고 금이 가버렸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 사이에서 이렇게 줏대 없이 내가 써도 나중에 내가 쓴 건가? 라며 기억하지도 못할 글을 쓰면서 버티는 게 맞을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퇴사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권태기 혹은 번아웃이 온 것 같기도 하고..)
#2. 불편한 편의점 (feat. 고민상담소)
내가 회장(직함만 회장인, 막내)으로 있는 독서모임에서 한 멤버가 <불편한 편의점>을 발제한 적이 있다. 이 날, 익명으로 쪽지에 고민을 적어 담고, 뽑은 사람이 조언해 주는 코너가 마련되었다.
내 고민은 퇴사였다. "회사 4년 차, 권태기 어떻게 극복하죠?" 회사가 싫은 것도 있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권태기가 온 것 같다는 고민을 담아 쓴 쪽지를 뽑은 멤버는 명쾌하게 한마디 했다. "그만둬라."
이후, 딥토크를 나누며 이런저런 조언들이 쏟아졌다.
"권태기도 권태기이지만 번아웃이 왔을지도 모른다."
"번아웃은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특히 지금 너의(익명이지만 익명이 아니었던 ㅎ) 시기가 고민이 많을 때이다."
"이럴 땐, 한 템포 쉬어가며 네가 원하는, 네가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건지 살펴보며 방향을 다시 세워보는 것도 좋다."
독서모임에서 나눈 얘기들로 마음에 쩌-억하고 생겼던 금은 더 깊어졌고 넓어졌다.
#3. 손에 맞지 않는 반지
어느 때와 다름없이. 홍보영상 구성안을 쓰기 위해 의미 없이 타이핑을 하던 중, 반짝? 하고 왼쪽 검지손가락에 낀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반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카피라이터란 뚜렷한 꿈을 가지고 이 반지를 맞췄던 때가 떠올랐다.
"흐음.. 새로운 절대반지... 아니, '기대'반지를 맞춰볼까?"
그렇게 새로운 꿈을 새겨 넣은 각인반지를 샀는데, 이럴 수가! 손가락에 맞지 않는다.
겨우겨우 억지로 반지를 꼈더니, 그 위로 살이 툭 튀어나오며 붉은 소시지가 돼버린다.
'반지치수를 착각했나 보다. 젠장!' 하고 넘어가기엔 몹시 마음에 걸린다.
사소한 거 하나에도 의미 부여하는 거 좋아하는 나는... 혹시 새로운 꿈이, 목표가, 미래가 나랑 맞지 않는 건가? 이룰 수 없는 건가? 싶은 비관적인 생각까지 하고 말았다.
이작가님의 독후감 ㅎ
#4. 기-승-전-다이어트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반지를 끼고 말 테다! 하는 쓸데없는(혹은, 쓸데 있는) 의욕이 생겨버려서 방법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했다. [반지 늘리는 방법] [손가락 얇아지는 방법] [반지가 작을 때] [손가락 사이즈 줄이기] 등등.
검색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내가 반지를 낄 수 있는 방법은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내가 산 반지의 특성상 반지를 늘리는 수선 방법은 불가능했고, 손가락을 얇아지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살을 빼라는 것이었다. 에휴. 누가 몰라서 살을 안 빼나..
맞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알아도 안 하는 거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사실, 맘 잡고 독하게 도전하면 누구나 다이어트 성공할 수 있다. 단지, 의지가 쉽게 꺾이면서 금세 포기하니 실패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