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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우 Sep 08. 2024

과연 누가 잘 살까?

 사람이 가능한 한 욕심을 채우고, 많은 걸 이루고 살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라고 믿는다. 그건 노력이 아니고 부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고, 지능 지수 높게 갖는 것도 아니다. 오직 한 가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 있냐는 거다. 나는 언제든 모든 걸 버릴 준비가 된 사람만이 가장 멀리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껏 부려 온 삶의 방식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못되었고 모조리 뜯어고쳐야만 다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사람, 당신 삶이 매 순간 아름답길 바라며 지난날 사람들에게 못나 보였을까 걱정에 휘말리고 남들 시선을 복기하느라 힘 빼지 않는 사람, 타인의 총명함을 부러워하며 나는 왜 저렇게 안 되는 걸까 자책에 빠지지 않는 사람, 배울 준비가 된 사람, 이렇듯 현재 자신과 멀어질 준비가 된 사람만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자신과 멀어질 준비 안 된 사람들은 욕심 많은 사람들이다. 나를 잃지 않고도, 더 정확히는 세상에 고개 숙이거나 깨져 보지 않고도 잘 살길 바라는 기이한 믿음이 곧 욕심이다. 내가 제일 잘났으므로 세상이 곧 내 중심으로 회전하길 바라는 괴짜들이다. 자그마한 잔소리에도 기겁한다. 그들은 타인의 발전에, 충고에, 멋짐에 시기하고 나는 그렇게 될 수 없음을 슬퍼하는 거면서 이 우울이 어디서 온 거냐며 세상에게 따진다. 당신이 자신을 깎기 위해 피 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포기할 줄 알았다면 우울할 리도, 누군가를 그렇게나 시기할 리도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유토피아가 위로다. 무턱대고 위로해 주는 거, 그거 폭력이나 다름없다는 말은 이들에게 향한다. 이들 앞에는 거울이 있어야 한다. 내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단 한순간도 고통받지 않길 바라면서 나는 욕심이 없다고, 이렇게나 가여운 내게 세상이 너무 가혹하다고 훌쩍거리는 게, 그게…. 다치고 싶지 않으면서 이루고 싶은 건 많다. 돈도, 명예도 있어야 하고 비싼 밥도 먹고 싶다. 이 모순을 부수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다시 첫 문단으로 돌아간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야 한다. 모조리 인정하고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


 누구나 이런 순간이 온다. 인간에게 필연적이다. 누구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껏 쌓아온 탑이 공든 탑이라 단정 지으면 떨어질 수 없다. 우리 살면서 잘못되어 가는 줄 알면서 눈 감던 많은 순간 있잖은가. 그게 다 탑을 비틀어 지은 지점이다. 그게 쌓이면 다른 말로 업보라고 부른다. 업보가 쌓이고 쌓여 밀물이 되고, 그게 땅을 좁히듯 내 영역을 좁히고 있다. 당당하게 고개 들고 만날 수 있는 사람 머릿수를 줄이고, 떳떳하게 갈 수 있는 자릿수를 줄인다. 선택지를 좁히고 오도 가도 못하게 한단 말이다.


 나는 한 번씩 이런 식으로 겁을 준다. 이건 내게 겁주는 거나 다름없다. 나도 인간이고 사람이라 업 짓듯 실수할 수 있다는 거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실수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점을 보고 사람의 미래를 웬만큼 꿰뚫지만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얼마나 과감하게 자신을 버릴 수 있는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 있는지에 따라 미래는 늘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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