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이, 믿음이, 희망이, 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남을 사랑하는 일이, 남을 돌보는 일이, 남을 믿는 일이, 희망을 잃지 않는 일이, 꿈을 꾸는 일이 반드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응당 지지하며, 나 역시 그렇게 살 것이다. 그러나 첨언한다. 사랑, 믿음, 희망, 꿈, 이 모든 것들은 반드시 의무를 요구한다. 남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의무 말이다.
내 사랑이 무언가 파괴한다면, 그 파괴가 반드시 안 좋은 쪽으로 나를 ( 누군가를 )걷게 할 것 같다면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내 희망이 잘못된 궤적을 쫓는 희망인 줄 모른다면 그 희망은 잘못된 희망이다. 믿음도 꿈도 마찬가지다. 불륜이 사랑이 아닌 것처럼, 고작 배 아프다는 이유로 누군가 망하길 바라는 희망이 희망이 아닌 것처럼 그렇다. 나는 이 정신적 가치들이 무언가를 지키는데, 훼손하지 않는데 쓰여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나는 사랑이, 믿음이, 꿈이, 희망이, 이렇듯 민폐가 무엇인 줄 모르는 사람들의,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결국 제 마음 줏대 못 잡고 휘둘릴 ‘여지가 많은’ 사람들의 허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껏 사람이 얼마나 나약한지, 얼마나 제 감정에 솔직하고 잘 휘둘리는지, 이성과 합리가 옳다고 말하면서 제 마음 줏대도 하나 못 잡는 존재인지 끊임없이 말해왔다. 자기보다 못났던 사람 잘나가 보이면 심장 덜컹 내려앉고, 남의 떡 커 보인다고 내 주변 나무라고, 누가 잘 나가는 것 같으면 나 자신 초라해 원망 거리 찾는 인간이 많단 말이다. 여기서 더한 인간은 이 꽉 깨물고 제 마음 꽁꽁 숨겨가며 끝까지 착한 척 들키지 않는 쪽이고, 더 모난 쪽은 남의 떡 커 보인다고 떡 뺏어오는 쪽이다. 양쪽 다 끝은 비슷하다. 괴물 되어가는 줄 모르는 새 괴물 되어서 관상 다 뒤틀리고 제 편 사이에서만 왕 노릇 하거나 조용히 사라진다. 그들에게 사랑, 믿음, 꿈, 희망 같은 게 가당키냐 하냔 말이다.
당신(들)은 사랑과 믿음과 꿈과 희망을 가질 자격이 없다. 당신(들)이 그것을 갖고 싶거든 작은 바람에도 휘둘리는 그 마음부터 어떻게 해보란 말이다. 작은 시기, 질투, 부러움, 그것들에서 비롯된 패배감, 비교하는 마음, 무시하고 싶은 마음, 고작 그런 것들도 하나 어떻게 못해 엉엉 자빠져 울면서 무슨 숭고한 가치를…. 당신의 사랑에는 당신보다 잘난 사람은 사랑할 수 없음이 있고, 당신의 믿음에는 당신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이 앞서면 안 되어야만 함이 있고, 당신의 꿈과 희망도 다 그럴 것이란 말이다. 그런 사랑, 믿음, 꿈, 희망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말이다. 당신보다 잘난 사람 한 번 사랑했다가 언제 도망갈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당신이 부러운 사람을 쫓고 싶어 몇 번 시도했다 안 되니 질투하고, 그런 마음으로 어디 숭고한 가치를 말할 수 있냐는 말이다.
당신(들)은 당신(들)을 도왔던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르며, 무언가 누렸다면 당신(들)이 잘해서라고 오인하며, 당신(들)이 응당 누려야 한다고 착각하고, 고생과 고통은 당신(들)이 절대 누려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당신(들)은 자주 뒷통수 치고, 이 뒷통수를 합리화할만한 다른 거짓말로 봉쇄하고, 이 봉쇄가 들킬 때쯤 또 다른 거짓말로 거대한 장벽을 두른다. 당신(들)은 겹겹이 쌓은 장벽 속에 홀로 당신(들)을 가두고 있다. 그리하여 당신(들)은 고립될 것이다. 그것이 당신(들)의 말로다. 당신(들)의 끝이며, 당신(들)의 마지막이다.
나는 잘 사는 사람이, 정확히는 돈이나 권력을 쥔 사람 말고, 먼저 사람 된 사람이 아직 사람 덜된 사람을 끌어당겨야 한다고 믿는다. 돈이나 권력을 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나는 돈과 권력 역시 세상을 좀 더 좋은 쪽으로 이끄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리적 가치라고 믿는다. 이 물리적 가치를 결백하게 보존하고, 유용하게 쓰기 위해서는 사람 된 사람의 지도, 가르침 같은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만 감정에 마비된 사람이, 제 마음 줏대 하나 못잡는 사람이 무기를 쥐고 휘두르지 않을 수 있다.
세상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기를 간곡히, 정말 간곡히 바란다. 이번 겨울은 너무 춥고 만사가 얼어붙어 몸도 마음도 편치 않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합리화하지 않고, 바르게 살겠다 마음먹을 줄 아는 사람들만이 고스란히 나아 가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나는 겨울이 싫다. 추운 것도 싫고, 밖에 자주 못 나가는 것도 싫고, 기도할 때 바닷가 너무 너무 추운 것도 싫다.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