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홈나이 Feb 21. 2023

[영화리뷰] 위플래쉬

good job! I will cue you!


⭐️⭐️⭐️⭐️(4점/5점)


치고받는 장면은 없으면서 피가 흐르고, 칼 한번 휘두르진 않지만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응원해야 하지만 응원하는 게 맞는 것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어쩌면 가장 모순적이면서 대립되는 양면성을 잘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싶다.


“Good Job”



앤드류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자리를 두고 그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플래쳐를 보면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말이, good job.”이라는 플래쳐의 대사에 반성하게 된다.


“그 정도면 잘했어.”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스스로를 치켜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이다. 사실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우수하진 않았지만 공부를 곧잘 하곤 하는 학생이었다. 노력에 비해 성과는 좋았으나, 높은 수준의 성적까진 이어지진 못했다. 다수의 학생들에 비해서는 공부를 잘한 편이었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에 비해서는 부족했던 자기 만족형이었던 것 같다.


예로 들자면, 고등학생 때는 모의고사를 보면 적당한 점수가 나와 원하는 대학에 가겠다 싶었다. 하지만 수능에선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했고 재수를 선택했다. 그렇게 들어간 기숙학원에서도 “그 정도면 잘했어.”라는 기질이 발휘되었고, 나는 고3 때 붙었던 대학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이후 영어로만 강의하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한 번도 해외로 나가 영어를 배운적 없지만 이 정도면 적당할 것이라 생각한 나는 경주까지 가서 1박2일의 번역 아르바이트에 지원하였다. 그리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을 경험한 것 같다. 내가 들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 조차 하지 못해, 밤 늦게까지 녹음해서 수십 번 들으며 번역문을 작성하기도 하고, 외국인 친구들에게 녹음 파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던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 정도면 잘했어”가 아니었다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그게 아니라면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었을까? 혹은 반면에 평안한 삶을 살아오면서 이정도로 만족할 수 있다는게 어디냐는 생각을 가져야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들이 많아져서 이 영화를 보면서 앤드류를 응원하다가도 응원하기가 망설여지는 순간들이 많이 찾아왔다.




“I will cue you”



영화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를때 쯤, 이 영화를 바라보는 한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통쾌하다는 느낌을 받는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는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그 전율은 나의 온몸 구석구석까지 뻗어가 닿는다. “I will cue you.” 내가 너에게 신호를 줄테니, 내 박자에 맞춰서 들어와라!


이 장면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 동안 플래쳐의 강한 압박에서 인정 받고 싶던 앤드류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고 본다면, 플래쳐의 의도를 인정한다는 시각. 반면에 본인의 명성을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는 사람에게서 주도권을 뺏어와 나의 템포로 리드하기에 통쾌하다는 다른 시각. 그것도 아니면 두 주인공이 눈을 마주한 순간 케미가 폭발했다는 시각.




다음 문구를 소개하고 싶다. 어느날 방송인 노홍철 씨가 어느 대화하는 페스티벌에서 진행하던 영상을 본적이 있다.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한 젊은이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좋아한다는 그 일이, 스스로만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구태여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내가 가슴 설레는 일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Good job”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그 끝에서 “I will cue you”를 상상을 한다면, 적어도 나는 짜릿하다고 느낀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방법과 그 기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리뷰] 두 교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