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민씨와 작당 1기가 함께한 22일...
2016년 1월 1일에 세운 소소한 목표가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1일 1글 쓰기였는데, 2월 7일 36번 글 이후로 카운팅이 멈췄다. 2016년 12월 31일 366개의 글을 돌아볼 나를 상상했었다. 허나 36일차 이후로, 그래도 작심 3일도 어려웠던 내가 한 달 넘는 시간동안 매일 글을 썼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으로 그치게 되었다. 그렇게 글을 쓰지 않는 나를 채찍질하기 보다는 경험해봤으니 됐다는 식의 자기합리화를 끝으로 글쓰기를 잊어버렸다.
지난 3월 동갑내기 친구이자 브런치 인기작가인 채민씨가 제이라이프스쿨에서 첫번째 글놀이 프로젝트를 열었다. 채민씨의 글놀이 프로젝트는 3월 8일부터 오늘 3월 29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2:30에서 4:30까지 2시간동안 진행되었는데, 첫날은 일본여행중이라 아쉽게 불참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 정도로만 알고 여유가 있을 때 채민씨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을 타고 들어가서 염탐하곤 했는데 글쓰기 수업까지 오픈할 줄은 몰랐다. 지난 새해 목표가 생각나서 글쓰기 수업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채민씨의 작당(작가는 당신입니다)은 오픈 1시간 만에 마감되었다.
3월 8일 결석, 22일과 29일 (낮잠으로 인한 ...) 지각으로 온전히 수업을 들은 건 15일 하루 뿐이었다. 그게 굉장히 아쉽다. 글쓰기 수업이라고 생각했던 상(像)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채민씨는 2시간 동안 5분씩 6번 정도 글을 쓸 기회를 주었다. 이 두번째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남겼는데, 혹시나 궁금한 분들이 계실까하여 링크를 공유한다(http://tarbi.blog.me/220656034517). 15일도 29일 오늘도 채민씨는 나도 한번쯤 보았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우왕~ 감동감동~" 하면서 보았던 영상들이었지만 그냥 스쳐지나가게 놔두었던 나와는 달리 채민씨는 수집을 해 놓는듯 했다. 채민씨가 주는 글쓰기 기회는 주로 영상을 보고 느낀점이나 생각나는 것에 대해 써보는 것이었는데 기회가 주어질 때면 5분이 가는게 아쉽다고 열심히도 썼었다. 그러고보니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는 내가 나에게도 얼마든지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멋진 이야기들, 영화,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면서도 느끼는 데에서만 그쳤다는 걸 작당이 끝난 후에야 돌아보게 되었다. 오늘에서야 '앞으로는 나도 내게 영감을 준 영상들을 수집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채민씨와의 작당을 하는 동안 한 가지 함께 해보자고 했던 것이 있는데, 바로 1일 1글 이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좋으니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것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의 습관화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3월 8일부터 3월 29일까지 22일간 나는 이 후기 아닌 후기를 포함하여 총 17편의 글을 작당을 위해 썼다. 블로그를 하는지라 이런저런 글을 포함하면 22개 이상의 글을 썼지만 글쓰기를 1순위로 두고 쓴 글은 17편이다. 새해 목표로 1일 1글 쓰기를 잡았을 때는 무엇을 가지고 글을 쓸까 고민했던 날이 많다. 잘 쓰려고 했고 잘 쓴 글처럼 보이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글쓰기에 부담감이 앞서기도 했다. 멋드러진 글로 1일 1글을 채우기 위해 지난 날에 페이스북이나 메모장에 썼던 글을 긁어오기도 했다. 썩 괜찮아보였으나 그런 날이 하루 이틀 거듭되면서 나의 1일 1글은 그 의미를 잃어갔던 것 같다. 채민씨와 작당 1기 친구들과 함께한 3주 동안 '글이 될 수 없는 글은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작정하고 쓰지 않아도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당당하게 스스로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
채민씨와 함께한 3주, 작가는 당신입니다.
오늘 작당 시간을 마무리하며 채민씨가 마지막 글로 후기를 부탁했다. 각자가 3주 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을 공유했다. 여독(旅毒)으로 몸과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서 작당을 통해 느낀 점이라고 써내려간 말들이 무언가 통일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당신입니다 처럼 이행시를 지어보자 해서 끄적이게 된 내 후기. 그 진심을 공유해본다. 작정하고 쓰지 않아도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당당하게 스스로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 채민씨와 함께한 3주, 작가는 당신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브런치로 돌아와 두번째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글쓰기도 글쓰기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웠다. 내 옆에 앉은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나는 진짜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인지, 꼭꼭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하고 나니 얼마나 꺼내놓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생각과 함께 살아야 할지... 글쓰기 수업을 빙자한 인문학 수업이랄까. 그렇게 민선이에게는 힐링의 시간이었고 채민씨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으며 내게는 사색의 시간이었던 화요일 오후. 매주 화요일 오후가 되면 작당을 생각하며 곱씹겠지 작가는 당신(나 자신)이라고. 그리곤 끄적끄적 그 하루의 글을 써내려갈 것 같다.
Thanks to 채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