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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 Apr 15. 2021

내 곁의 하나하나




요즘엔 마음이 많이 아프다. 마음이 아픈 것은 몸이 아픈 것과 달라 어떻게 해결해주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병원을 다니고는 있지만, 무기력함에 조금의 활기를 주고 잠에 잘 들 수 있는 약을 받아오는 것이 전부다. 그것마저도 나의 아픔을 낫게 해 주지는 못한다. 그럭저럭 무던히 지낼 수 있게 돕는 정도.


내 마음이 아픈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원치 않는 이별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매달려 애원할 수도 없는 곳으로 영영 들어가서, 닿을 수도 꺼낼 수도 없다. 작년에는 마지막 글을 하나 남겨두고 떠나버렸는데 거기엔 무책임하게도 잘 지내란 말이 적혀 있다. 밀어낸 사람은 밀려난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원망과는 상관없이 무한한 사랑의 마음은 여전하고, 너무 뜨겁고, 그것이 나를 자꾸 태운다. 지금 내 속은 온통 허물었고, 다 망가졌고 쉽게 회복될 수 없다.


내가 가진 상처를 계속 들여다보는 대신 자주 하는 일은 감히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 끊임없이 생각해주는 것. 끝까지 함께해주는 것.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위안받고 싶은 마음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위해줄 때, 그 사람의 슬픔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그럴 때 아픈 마음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다.


고맙게도 내가 가라앉는 동안, 나를 끄집어내어 물 밖으로 내놓아 준 사람들이 있다. 나의 안부를 묻고, 나의 안녕을 빌어준 사람들. 나의 사랑을 응원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은 사람들. 괜찮다 하는 나의 말을 쉽게 믿지 않은 사람들. 천사처럼 나를 업어다가, 침대에 눕혀준 사람들. 거기서 맘껏 울어볼 수 있게 해 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픔에 잠식당할 시간이 없다.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가, 그들과 함께 뛰어놀아야 하기 때문에.


아픈 마음 없이 지낼 수는 없어도, 조금쯤 잊고 지낼 수는 있다. 내게 하나뿐이었던 사람은 이제 없어도, 내 곁에 있는 하나하나가 너무 많아서 괜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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