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이야기
날이 너무 환해서, 잎이 가득 쌓여있을 저기 보이는 앞산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어요. 산행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군요. 오르락내리락 왕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꽤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동안 3,40분 정도 짧은 산책을 해왔기에 투투 다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도저히 방구석에서 책이나 뒤적이기엔 날이 아깝습니다. 투투가 좋아서 약간 흥분을 합니다.
가슴줄을 얌전히 맨 투투가 혀를 빼물고 "헤헤" 웃으며 휑하니 앞장을 섭니다. 흥분도를 가라앉히려고 일부러 줄을 놓고 집으로 다시 들어오니 대문밖에서 멍하니 쳐다봅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엄마를 향해 쫄쫄거리며 줄을 끌고 들어옵니다. 흥분 금지! 뛰면 다리에 안 좋아요. 알겠지? 투투 알았다는 듯 빙그르르 돌며 꼬리꼽터를 가동합니다.
낙엽 냄새가 아주 진합니다. 투투도 엄마도 킁킁거리며 바람과 낙엽, 숲의 향기를 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투투야, 낙엽 냄새 좋지? 제 이름을 부르자 투투가 뒤돌아 봅니다.
산길은 온통 낙엽이 깔려서 바스락 거립니다. 처음엔 지가 밟은 소리에 놀라 펄쩍 뛰더니 곧 그러려니 하며 적응을 합니다. 엄마가 낙엽을 밟다가 미끌했습니다. 앞서가던 투투가 달려와 괜찮냐며 손을 핥아줍니다. 괜찮아. 낙엽이 많이 쌓여서 미끄러우니 천천히 가자. 엄마 말에 투투 꼬리가 살랑살랑 알았다고 합니다. 숲에서 새들이 떼를 지어 후루룩 날아가는 걸 한참 쳐다봤습니다. 재네들은 텃새야. 여기가 재네 집이란다. 조용히 지나가자.
작은 시내의 물이 말라있습니다. 투투는 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깍쟁이처럼 돌을 딛고 시내를 건넜습니다. 빨간 단풍이 햇빛을 달고 더욱 빨갛게 빛을 냅니다. 투투도 단풍이 예쁜지 엄마를 보며 웃습니다. 투투의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꼬리를 동그랗게 치켜 말아 세우고 걸어갑니다.
전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도 지나갔습니다. 투투는 앞만 보고 가지 않습니다. 그 모습이 엄마는 인상적입니다. "투투!"하고 엄마가 부르면 돌아보고 "가자." 하면 앞장서 가는 투투와 엄마는 말이 통하고 뜻이 통합니다. 산비탈길도 내려다보고 목을 빼고 계곡 아래도 쳐다봅니다. 올 단풍은 화려하진 않고 수수합니다. 색이 빠져 엷은 주황과 노랑, 희미한 연둣빛이 어우러진 숲이 아름답습니다.
숲에 들어오니 계절이 훨씬 깊다는 걸 알겠습니다. 비가 내리면 기온은 크게 내려가겠지요. 기온이 내려간 숲도 참 좋습니다. 그런데 너무 건조합니다. 바람 부는 사이로 싸라락 전나무 잎들이 떨어집니다. 전나무 숲 옆으로 난 길로 가면 약수터가 있는데 투투가 물냄새를 맡았는지 방향을 틉니다. 모퉁이를 돌면 약수터인데 투투가 멈칫하더니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등산객들이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며 쉬는지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물 안 마실 거야? 약수터 사진도 찍어야 되는데? 투투와 엄마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내려올 땐 엄마가 앞장을 섰습니다. 투투 걸음이 조금 느려졌거든요.
평소보다 많이 걸어서 힘들었을까요. 발을 닦은 투투는 길게 눕더니 금방 잠이 듭니다. 투투는 쉬거나 낮잠을 잘 때 꼭 엄마가 앉아있는 테이블 아래 자리를 잡습니다. 계절을 실컷 만끽하고 나니 커다란 만족감이 폐에 가득 합니다. 투투 몸에서 낙엽 냄새가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