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바당
우리는 서로의 곁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던 걸까. 실 같은 금들이 가서, 부서지는 것이 실연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흔적도, 흔들림도 남기지 않는 이별을 했다. 이유를 떠올리다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화려하게 부려놓은 그림 속에, 정작 너는 없었으니.
그런 것으로 인생을 그리는 것이, 세상이 말하는 성공에 가까워지는 길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람을 사귀는 것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너’가 아닌‘그것’*으로, 관계가 아닌 거래처럼 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 되는 건. 너로 채워진 삶이 폼은 좀 안 나는데...... 사는 맛이 있어선지 모른다.
사라져가고 있지만, 아직, 제주에는 할망바당이라는 것이 있다. 잔잔한 파도와 햇살이 드리우는, 뭍에서 멀지 않아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바다. 상군해녀*는 생물이 즐비하게 널린 할망바당을 지나, 거친 파도에 몸을 싣는다. 발끝부터 숨을 모아, 어둡고 차가운 바다로 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지 고심하는 사회에서, 할망바당은 비현실적일지 모른다. 앞서 달려야 하고, 더 많이 가지려면, 너를 보지 않는 것이 영리할지 모르는 시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