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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청메이 Apr 03. 2019

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시작

나는 밝은 사람이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렇다고 한다. 웬만한 일이 벌어져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고 넘기는 성격에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와도 스스로 잘 해결하는 타입이었다. 누가 봐도 그랬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극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걸 병원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하더라.


2018년 연말,

7년 간 다닌 직장에서 신입 때부터 가장 가깝게 지내던 선배에게 맞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믿고 의지하던 선배였다. 그냥 맞은 것이 아니라 내 얼굴에 담뱃불을 집어던지며 내 가슴을 발로 내려쳤다. (참고로 나는 여자고 선배는 나보다 10살 많은 남자고 결혼도 했다.)

그 충격은 사실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처음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너무 나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잊고 지내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주변 사람들도 거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도 아무 일 없다는 식으로 지냈다. 그렇게 잊혀진다고 믿었고 잘 지내고 있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멀쩡히 잘 있다가도 툭툭 터지는 생각들, 그 날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는 너무나 힘들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무뎌지기는 커녕 점점 더 선명해지는 슬픔, 분노, 억울함. 그리고 이게 도대체 얼마나 더 오랜 시간 지속되어야 하는가라는 두려움.


그러던 중 친한 친구에게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선물 받았다. 처음에는 무슨 떡볶이 맛집을 소개하는 책인 알았다. 첫 장을 펴보는 순간, 나는 자리에서 단숨에 책을 읽어버렸다. 저자가 신경정신과 선생님과 상담한 내용을 적어놓은 책인데 내가 최근 상담을 받으면서 위로받고 있는 감정을 저자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나와 완전히 같은 상황도 아니고 같은 증상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솔직한 마음과 선생님의 조언을 보는 자체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있겠구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중


하나하나씩 써보려고 한다. 이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조금의 위로라도 받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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