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빛 청메이 Apr 18. 2019

고마운 사람들

위로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사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친한 친구들은 물론이고, 평소에 내가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의외로(?) 너무나도 고맙게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 정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그게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


사건이 일어나고 처음에는

'내가 너무 그 사람을 믿고 마냥 받아줬구나. 남들이 다 이상하다고 하는데도 나는 아니라고 우기고 그냥 믿었구나. 나는 사람을 언제쯤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이젠 사람은 경계부터 해야하는 건가. 근데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고 괴로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친한 친구 한 명이 말했다.

"네 행동이 잘못된 건 하나도 없어. 넌 그냥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는거 뿐이야. 그게 너의 강점인거고. 그러니까 너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생각을 얘기한 적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가 너무 신기했다.


나는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사기치려면 쟤한테 가라고 할 정도로 사람을 잘 믿는다.

이러면 안되나 싶기도 했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람은 자기를 100% 믿는 사람을 배신하지는 못한다.

애매하게 60, 70% 믿는 사람한테는 배신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100% 믿는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은 정말 극히 없다. 난 믿으면 100%, 안 믿으면 0%이다. 그래서 내 사람들은 나에게 늘 도움을 준다. 그게 나는 내 인복이라고 생각했다.


A도 믿었다.. 그사람한테 해를 끼치면 내가 끼쳤지, 그가 그럴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믿은 탓일까. 사실 후유증도 크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근데 그만큼 배신감도 커서 그 사람한테는 더이상 그 어떤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하튼.

난 늘 저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면 누구보다도 머리아파하는 게 나란 사람이다.

왜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는 저렇게 받아들였을까 싶을 때 너무 속이 상한다.

근데

나는 이번에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다 느낀다.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난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느끼고 있었던 거다.


그들에게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특히 나와 1년을 함께 한 작가님들. 난 너무너무 많이 위로를 받았다.

글로 먹고 사는 분들 아니랄까봐 보내주신 모든 메세지에 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사실 너무나 완벽하게 끝난 행사 후에 찾아오는 그 허무함이 나에게는 너무나 컸다.

그냥 다 망쳐버릴걸, 이거 잘해서 누구 덕보라고. 이거 다 망쳐서 내 존재라도 알렸어야 했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할 때쯤, 작가님들에게 연락이 왔다.

무슨 사건인지도 모르고 그냥 내가 병가라는 것만 알게된 거다.


"미천한 제가 대리님께 어떠한 도움도 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마음으로는 저는 무조건 대리님 편이에요. 대리님이 그래주신 것처럼"

"종교는 없지만 힘들때마다 그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더라구요. 대리님을 위해서 하루에 한번식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그동안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반성이 많이 됐다.

감동적인 메세지들은 더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라 공개는 못하겠다.

그냥 내가 허튼 짓 하며 살아온 건 아니구나. 정말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니었구나.

너무나 큰 위로였다. 모두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생일이라고 퀵으로 선물과 카드를 보내주는 팀원들.

내가 뭐라고 주기적으로 먼저 연락주시는 센터장님.

그리고 별로 살갑게 굴지 못했는데 내 편이 되어 주는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

내 이 사람들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A에게 점점 더 화가 난다. 용서가 안 된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받는다.

그게 인간관계다.

이런 모든 것들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혼자는 살 수 없는 거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나는 내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