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친한 친구들은 물론이고, 평소에 내가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의외로(?) 너무나도 고맙게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 정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그게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정말 너무 감사하다.
사건이 일어나고 처음에는
'내가 너무 그 사람을 믿고 마냥 받아줬구나. 남들이 다 이상하다고 하는데도 나는 아니라고 우기고 그냥 믿었구나. 나는 사람을 언제쯤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이젠 사람은 경계부터 해야하는 건가. 근데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고 괴로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친한 친구 한 명이 말했다.
"네 행동이 잘못된 건 하나도 없어. 넌 그냥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는거 뿐이야. 그게 너의 강점인거고. 그러니까 너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생각을 얘기한 적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가 너무 신기했다.
나는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사기치려면 쟤한테 가라고 할 정도로 사람을 잘 믿는다.
이러면 안되나 싶기도 했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람은 자기를 100% 믿는 사람을 배신하지는 못한다.
애매하게 60, 70% 믿는 사람한테는 배신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100% 믿는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은 정말 극히 없다. 난 믿으면 100%, 안 믿으면 0%이다. 그래서 내 사람들은 나에게 늘 도움을 준다. 그게 나는 내 인복이라고 생각했다.
A도 믿었다.. 그사람한테 해를 끼치면 내가 끼쳤지, 그가 그럴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믿은 탓일까. 사실 후유증도 크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근데 그만큼 배신감도 커서 그 사람한테는 더이상 그 어떤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하튼.
난 늘 저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면 누구보다도 머리아파하는 게 나란 사람이다.
왜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는 저렇게 받아들였을까 싶을 때 너무 속이 상한다.
근데
나는 이번에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다 느낀다.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난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느끼고 있었던 거다.
그들에게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다.
특히 나와 1년을 함께 한 작가님들. 난 너무너무 많이 위로를 받았다.
글로 먹고 사는 분들 아니랄까봐 보내주신 모든 메세지에 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사실 너무나 완벽하게 끝난 행사 후에 찾아오는 그 허무함이 나에게는 너무나 컸다.
그냥 다 망쳐버릴걸, 이거 잘해서 누구 덕보라고. 이거 다 망쳐서 내 존재라도 알렸어야 했던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할 때쯤, 작가님들에게 연락이 왔다.
무슨 사건인지도 모르고 그냥 내가 병가라는 것만 알게된 거다.
"미천한 제가 대리님께 어떠한 도움도 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마음으로는 저는 무조건 대리님 편이에요. 대리님이 그래주신 것처럼"
"종교는 없지만 힘들때마다 그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되더라구요. 대리님을 위해서 하루에 한번식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그동안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반성이 많이 됐다.
감동적인 메세지들은 더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라 공개는 못하겠다.
그냥 내가 허튼 짓 하며 살아온 건 아니구나. 정말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니었구나.
너무나 큰 위로였다. 모두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생일이라고 퀵으로 선물과 카드를 보내주는 팀원들.
내가 뭐라고 주기적으로 먼저 연락주시는 센터장님.
그리고 별로 살갑게 굴지 못했는데 내 편이 되어 주는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
내 이 사람들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A에게 점점 더 화가 난다. 용서가 안 된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받는다.
그게 인간관계다.
이런 모든 것들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혼자는 살 수 없는 거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나는 내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