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하노이에 온 지 5개월이 되었다.
격리하다 지나간 12월,
다리가 다 낫지 않은 아이와 집콕만 했던 1월,
한국으로 가느냐 마느냐 하며 속 태우던 2월,
입학식도 못 치르고 시작된 아이의 온라인 수업으로 바빴던 3월,
그렇게 방역에 힘써 노력했는데 결국 코로나에 확진되고,
다 낫자마자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이의 등교가 시작되었던 4월을 지나
어느덧 5월이다.
한국이었더라면 가장 예쁜 하늘, 따뜻한 봄바람, 가만히 창밖만 내다보아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봄일 텐데, 하며 내다본 바깥 풍경은 머릿속에 가득한 한국의 봄 풍경을 순식간에 몰아내고 나를 다시 하노이로 불러온다. 문밖으로만 나가면 시작되는 뜨거운 공기, 꿉꿉한 습기, 매캐한 오토바이의 매연.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신경 쓰이고 무서웠던 벌레들과 악독한 수치의 미세먼지도 이제는 딱히 의식되지 않는다.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살러 온 것이니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니까.
아이가 다리를 다친 이후, 무려 6개월 가까이를 아이와 24시간 붙어있다가, 드디어 아이가 등교를 하고 나자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 없이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어려웠었는데 이제는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이 딱히 어렵지는 않은 수준까지는 되었다. 물론 베트남어는 아직 하지 못하지만 나에게는 구글의 번역기가 있으니까(번역기는 노벨 평화상을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웬만한 쇼핑몰에 가면 영어를 하는 점원들이 있어 소통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직까지는 시설이 잘 되어있는 쇼핑몰이나 한인들의 가게가 모여 있는 지역으로의 외출이 잦고, 얼핏 보면 달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외국에 나와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기도 하지만 택시를 타고 지날 때마다 한 글자도 알아보기 힘든 간판들이 외국에 있음을 실감 나게 해 준다.
이곳에서,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될까?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 말고 오롯이 나를 위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 인생을 다시 재정비하고 앞으로의 삶을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게 될지, 정해진 것이 없어서
물음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조급해지지만
하루에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갈 수 있기를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그렇게 노력하는 오늘이 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