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좋은 인연을 찾기까지
퇴사를 하고 한 달쯤 지나서였을까. 5월 30일부터 6월 29일까지 정확히 30일을 채웠다. 한 달 동안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에서 '유랑'이라는 카페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독일에서는 한인민박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는 한국에 가서도 계속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고, 그저 그런 한 번뿐인 인연으로 남는 사람도 있었지만, 함께한 그 시간만큼은 기억 한편에 남으리라 믿는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좋았다. 여행이라는 것. 생각만으로도 설레지 않는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았고, 서로 다른 삶을 추구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공통된 하나를 공유한다.
하지만 좋은 부분보다는 다른 면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여행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경험한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좋지는 못하듯이, 여행도 그렇다. 그리고 그 순간은 보통 관계에 의해 정해지는데, 여행에서 만난 사람, 혹은 만날 수도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좋지 않은 감정은 증폭될 수 있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유랑이라는 카페에 쓴 글을 여기에 옮겨본다.
제목 : 동행은 버릇없기가 유행인가?
안녕하세요, 권태훈입니다.
유랑이라는 카페를 통해 여행 도중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혼자 하는 여행보다 더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제게 맛집 정보라든지 나라별 팁을 알려주기도 했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더 나은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제 삶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여행하면서 만난 모두의 얼굴,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은 기억합니다. 영화 '인투 더 와일드'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행복은 함께했을 때만 현실이 된다"고. 그런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꼭 유럽 여행이 아니더라도 여행하면서 겪는 순간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경험이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스스로 혹은 타의로 단절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제가 겪은 일화와 제가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몇 가지 경우를 알려드릴게요.
제가 겪었던, 그리고 들었던 바는 이렇습니다.
1. 처음 연락한 사람에게 반말하는 경우
2. 약속을 잡아놓고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
3. 단체로 만났을 때 왕따를 시킨 경우
4. 연락이 지속적으로 안 되는 경우
이 외에도 많지만 가장 공통되는 부분을 추렸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만(한 집단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닙니다만), 남자보다 여자인 경우에, 그리고 나이대가 어릴 수록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럴수록 동행을 만나는 데 있어 판단을 하기 시작합니다. 연락하면서 괜찮은 사람인지 판단하고, 글을 보고 판단합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대하는지 의심이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유럽 여행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이 글을 시점으로 동행 문화가 더 나은 문화로 자리 잡히고, 다른 분들은 이런 피해가 덜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로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킵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하고, 약속에 대한 책임을 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처럼, 나를 만나는 사람도 그 사람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니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좋지 않은 추억이 아니라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볼뿐인 인연일지, 그렇지 않은 인연일지는 만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든 나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좋지 않은 경험을 적어내렸지만 글 초기에 이야기했듯이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덕분에 좋은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논쟁을 바라는 글이 아님을 밝히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부로 자극적인 제목을 선정했다. 누구나 생각할 법한 내용이지만 실제로 글로 옮긴 경우는 보지 못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내게 인간의 이타심과 더불어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그런 나이기에 이 글은 나에게 작은 숙제처럼 다가왔다.
진심으로 더 나은 동행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혼자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든, 유럽을 다녀온 사람이든, 유럽에 있는 사람이든, 같은 한국인끼리 좋지 않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