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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Jul 13. 2019

일본은 왜 이렇게 한국을 싫어할까?

정한론으로 본 일본의 반한감정


아베정권의 경제보복과 대한민국 국민의 맞대응


  한국을 대상으로 한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이 매섭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 및 원료에 대해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낸 것인데 특히나 반도체 그리고 스마트폰의 제작 공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삼성은 문제해결을 위해 삼성의 부회장(이재용)이 일본으로 긴급하게 넘어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본은 처음엔 경제 보복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2015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합의 한 약속을 한국이 지키지 않았고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  "한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다"라고 아베 총리는 말한다. 아마도 트위터를 통한 미·북간의 급작스러운 만남이나 2015년도에 일어났던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국민이 정서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합의이다.'라며 사실상 '동의하기 어려운 합의'인 것을 주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번 수출규제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응도 매섭다. SNS를 중심으로 'NO Japan'이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과 관련된 상품의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고, 일본여행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이런 불매운동은 실제로 일본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삼성이 아무리 미워도 일본이 건들면 못 참아'라는 말과 함께 개싸움(불매운동과 같은)은 국민이 할 테니 대한민국 정부는 외교적인 문제에 당당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외교적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냄비처럼 끓어올랐다가 또 금방 식어버리는 불매운동이 되지 않도록 일본과 관련되어 돈이 들어가는 곳들을 하나씩 바꾸는 일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이 글은 이 글이 퍼졌던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SNS를 타고 돌면서 불매운동 2차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일본은 왜 이렇게 우리를 싫어할까?


요시다 쇼인 묘역에 참배하는 아베 총리


  이 시점에서 일본은 왜 이렇게 우리를 싫어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오늘날을 기준으로 한·일 양국이 얽히고설킨 무수히 도 많은 과거의 사건들을 원인 삼아 볼 수 있겠지만 과거 왕인박사로 본 일본과 백제와의 문화적 교류나, 에도시대의 조선의 통신사 파견에 대한 환대를 보면 항상 앙숙의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다 현재 일본 우익의 뿌리이면서 아베 총리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의 행적을 공부하던 중 그가 저서 '유수록(幽囚錄)'을 집필하면서 한반도를 정복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집대성한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 정한론을 한국에 대한 일본의 단순한 악감정이 들어간 감정의 산물로 생각하지만 수많은 '유신 지사'들을 키워낸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은 병법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매우 체계적이고, 실리적이다. 기본적으로 병법에 기초 한 '정복'은 지리적, 자원적 이익에 기초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의 이익과 일치한다. 즉 정한론이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유효할 수 있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요시다 쇼인을 존경하는 것을 우리는 감정적으로만 불쾌해 할 것이 아니라 아베 정권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일종의 전조(前兆)로 보아야 맞다.



정한론의 원형 '진구황후의 삼한정벌설'


진구 황후의 모습



  그렇다면 이 '정한론'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사실 정한론은 메이지 시대 때 갑자스럽게 생긴 것은 아니다. 정한론의 원형은 일본의 고대 건국사를 다룬 '일본서기(日本書紀)'의 '진구황후(神功皇后)의 삼한 정벌'이다. '삼한 정벌설'의 내용은 신탁을 받은 진구 황후가 신라를 무력으로 침략하고, 백제와 고구려까지 정복해 삼국이 일본에 조공을 하고 자발적으로 종속 관계를 원했다고 설명한다. 이미 이 내용이 허구의 신화나 설화에 가깝다는 사실은 일본 학자들도 지적한 바 있지만, 일본의 중대한 사건에서 조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롭게 포장되고 재생산되었다.

  여몽 연합(고려, 몽골)군이 일본을 침공했을 때에는 '신라'가 '고려'로 바뀌었으며, 신라국의 대왕이 화살로 "신라는 일본의 개다."라는 내용을 바위에 새기는 내용이 더해져 이웃 나라 왕을 '개'에 비유하는 멸시가 등장했다. 이런 '삼한 정벌설' 내용의 변화는 일본이 여몽연합군과의 실제 무력 충돌에서 패배한 열등감의 산물로 재생산되었다.

  '삼한 정벌설'은 임진왜란에도 다시 등장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기 『태합군기물어(太閤軍紀物語)』에서 과거 여몽연합군과의 패배를 의식했는지 '신라 정벌'에서 '고려 정벌'로 '신라왕'을 '고려왕'으로 바뀌었고, 황후의 몸(여성의 몸)으로 삼한을 정복했던 진구황후를 본받아 우리도 조선을 정복하자 라는 구체적인 한반도 정벌설로 바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임진왜란까지 쓰였던 정한론의 원형인 '진구황후의 삼한 정벌설'은 그저 일본의 패배의식이 낳은 정신승리의 역할로 밖에 안보였다. 우리가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을 경계해야 되는 이유는 한반도를 대하는 태도가 '정신승리'에서 '실리추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신승리'에서 '실리'로 바뀐 '정한론'



에조치(홋카이도)를 개간하고 감차카(현재 러시아 캄차카 반도), 오호츠크를 탈취하고 류큐(오키나와)도 점령해 그 영주들을 에도로 불러들여야 한다. 또 옛날과 마찬가지로 조선이 일본에 공납을 바치도록 하고, 북쪽으로는 만주 땅을 얻고, 남쪽으로는 타이완, 필리핀(루손)을 손에 넣어 일본의 진취적인 기상을 보여줘야 한다. … 무역에서 러시아와 미국에 입은 손해는 조선과 만주의 토지로 보상받아야 한다.     요시다 쇼인의 유수록 중


  요시다 쇼인의 유수록에 나왔던 위와 같은 주장은 실로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제국이 점령했었던 지역들을 살펴보면 거의 일치한다. '조선이 일본에 공납을 바치도록 해야 한다.'는 '삼한 정벌설'의 내용을 차용하면서도 '전쟁과 무역에서 입은 손해를 조선과 만주의 토지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치밀함도 보인다.





'조선, 만주에 진출할 때 다케시마(울릉도)'는 첫 번째 발판이다.'

'영국이 다케시마를 이미 점거했다면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언제 일본에 쳐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슈번은 다케시마와 조선을 급선무로 점령해야 한다.

다케시마는 겐로쿠(元禄, 1688~1704년) 시절 조선에 넘겨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변혁의 시기이므로 조선에게 '섬을 비워두면 무익하므로 우리가 개발해주겠다.'라고 교섭하면 그들도 납득할 것이다. 만약 서양세력이 다케시마를 점령하면 조슈번으로서는 대단히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1858 7월 11일 요시다 쇼인의 말 중)


  오늘날 일본은 독도를 시마네 현으로 편입시켜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동해의 해상자원뿐 아니라 전쟁에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작용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메이지 유신 시절 시마네 현의 초대 현령인 사이토 에조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다. 그리고 그는 퇴직 이후 요시다 쇼인의 유산과 그의 사숙인 쇼카 손 주쿠를 보존한 주요 인물 중 하나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요시다 쇼인


  과거 정신승리의 상징이었던 '삼한 정벌설'이 요시다 쇼인의 병법과 만나 새롭고도 전술적인 '정한론'이 되었다. 그리고 이 '정한론'은 훗날 대동아공영론에 영향을 주며 일본의 제국주의의 기틀을 닦았다. 일본은 요시다 쇼인의 탄생 이후 부터는 항상 우리의 영토 '한반도'를 전략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을 공략의 대상이자 '아시아'를 전쟁의 무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을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고 했다. 물론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기 때문에 적군과 아군 모두를 알아야만 위태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아시아를 전장으로 생각하고 일본을 적국으로 본다면 우리는 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은 우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시다 쇼인'의 가르침마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의 행동이 '정한론'을 집대성했던 '요시다 쇼인'과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제는 정말 일본과의 문제에 감정을 넘어선 직시를 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참고서적.

정한론 / 저자 이기용 / 출판사 살림 / 2015.08.14

상투를 자른 사무라이 / 저자 이광훈 / 출판사 따뜻한 손 / 2011.04.21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 저자 김세진 / 출판사 호밀밭 /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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