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말캉
축복이라는 이름으로 열 달을 뱃속에 품고,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와 내 가슴에 입을 맞대고 지낸 지 7개월이 훌쩍 지났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하지만 요즘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 위로 차츰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도 새벽 수유를 하고, 점점 심해져가는 잠투정. 이유식을 먹지도 않고 입을 앙 다문 모습. 언제부터인가 떼를 쓰며 우는 아기를 보며 좀 더 말랑하게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저녁이었다. 힘겹게 아기를 재우고 나도 침대에 누워 ‘7개월 아기 수면교육’, ‘밤수 끊는 시기’ 등을 검색해보며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이가 빽- 하고 울어댔다. 공갈젖꼭지를 물리려 했지만 그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쳐버리며 울어댄다.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자다가도 뒤집고는 울고 잠에서 깨기 일 수였다. 다시 눕혀 재워볼까 했지만 도통 잠들지 않는 눈치라 또 수유를 했다. ‘차차 끊어지겠지 밤수 또한..’ 여름인 이내 곤히 잠들었지만 이상하게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매일 밤 반복되는 밤 수유에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잠이 안 오는 밤이 종종있었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는 법은 없었다. 나도 곧 잠들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마 이날은 왠지 그만 일어나 이른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1월 1일, ‘올 해는 책을 많이 읽자’라는 다짐으로 사둔 책도 읽고 싶었고 어느새 모르는 노래로 가득 찬 Top 100 노래도 듣고 싶었다.
새해에 산 책은 좋아하는 작가 김애란이 쓴 ‘바깥은 여름’이었다. 사실 출판사 평도 다른 후기도 없이 제목에 ‘여름’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새벽 4시.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아차 했다. 단편 7개로 구성된 소설 중 첫번째 소설은 50개월 된 아기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였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며 숨죽여 흐느꼈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을까.
문득 방으로 가 자고 있는 여름의 숨결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내 아기의 들숨날숨. 잠들기 전 가졌던 욕심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내 딸아.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기고하고 마음에 품기도 아까운 것인지 느끼는 요즘. 나는 남편과 결혼하고 ‘행복’이라는 단어를 배웠고 아기를 낳고 ‘사랑’을 배운 것 같다.
내일은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줘야지. 내 새키도 내 남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