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쓰며, 원고를 작성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갔을 무렵.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채, 뚜렷한 방향성이 잡혀있지 않은 채 살아간 지 2년이 되었을 무렵 생각이 참 많아졌다.
졸업을 마치고 나서 처음 반년 동안은 마치 무엇이든 될 것 같아 의욕이 불탔고, 방향 또한 확고했음에도,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마치 망망대해를 표류 중인 배 위에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에 있을 목적지는 보이지도 않게 되었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되돌아가는 길도 몰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단지 할 수 있는 거라곤 가만히 흘러가는 대로 떠다니는 것뿐. 바다로 뛰어드는 것은 두려웠으니까.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느껴지지만,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는 느껴지지 않을 때쯤 조급함에 휩싸이고, 이내 불안해지더니 신경은 날카롭게 날이 섰다.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은.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버린 것은. 주변 사람들의 위로도, 응원도 들리지 않았고 웃음조차 잃어버렸다. 긍정적인 생각들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러한 감정이 정점에 치닫았을 때쯤, 기나긴 시간에 지쳐서, 그 감정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목적지로의 항해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방향을 정하지도,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가만히 떠다니는 배 위에 누워 하늘만 바라보며 흘러갔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어딘가로 향해 가야 할 때는 아등바등했던 나인데,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지내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목적지를 잃었지만, 나아갈 수 있는 의지가 생겼고, 여유가 생겼다. 사람들이 그토록 말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목표가 없으면, 자신이 정한 테두리가 없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그 말을. 이제는 알겠다.
어쩌면 대책 없이 사는 것만 같았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지쳤었던 것이 아닐까. 자신들이 원하는 곳까지 가는 것이 버겁기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목적지를 향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보다는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어디로든 가도 괜찮다.”라면서 어디로든 떠내려가는 배 위에서 즐겁게 버텨내는 것이 낫겠다 싶었을 것이다.
여유를 잃고, 시간에 쫓기고, 웃음을 잃어가며, 하루를 버티는 것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불안하게 사는 것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늘 대비해야 한다고. 목표가, 방향성이 있어야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더 인생을 살아가기 힘들게 하는 것일지도, 그것이 더 무서운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누군가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말하겠다. “꿈이요? 없어요. 그냥 오늘 쓴 글이 잘 써졌다 싶거나 일이 잘 풀린다 싶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뭐라도 되겠지. 해요. 정말 뭔가 될 거 같기도 하고, 그거면 꿈을 정하진 않아도 나아갈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