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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준 Jun 22. 2020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애써 이해할 필요 없다

매장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참 다양한 손님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들은 단연 ‘진상 손님’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계산대였기에 “여기선 카드결제 가 되지 않아서 계산은 저쪽으로 가셔서 해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을 뿐인데 “제가 손님인데 왜 제가 가요?”라 는 말이 돌아왔다. 덕분에 매장을 비우고 갔다 오는 일도 허다했다. “어차피 마감 때 할인할 건데 지금 할인해주세요.”라는 손님도 있었다. 물론 마감까지 물건이 전부 팔리 지는 않겠지만 마감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처음 이런 손님들을 보며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내가 놓친 부분이 있어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손님들이 자꾸만 오니 점차 짜증이 몰려오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으며, 화가 나기도 했다. 물론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늘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뿐, 그들의 행동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아, 그래서 그렇게 행동했구나.”,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했구나.”라는 납득할만한 결론이 나면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가라앉았다. 상대의 행동을 이해했으니까.

하지만 이해하지 못했을 땐 감정이 소비되기 시작했다. 도저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 일을 ‘이 성’이라는 영역을 벗어나 ‘감정’의 영역으로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니, “왜 저러지.”, “그냥 내가 싫은가.”라는 결론이 되는 것이다. 정도가 심하면, 상대가 잘못한 것임에도 내가 문제가 있나 보다 싶기도 하다. 상대에게 납득할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 나에게서 찾아보는 것이다. 이렇듯 배려 아닌 배려에서 비롯된 타인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마음은 자신의 감정을 낭비하게만 만들어 버린다.

참으로 막막하다. 이렇게 한 번쯤은 이해의 과정을 거 쳐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으니까. 착한 사람이 있는 반면, 나쁜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배려심 가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강자에게 강한 사람이 있고, 약자에게만 강한 사람도 있겠다. 좁디 좁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일 뿐인데, 많지 않은 경험과 지식만으로 이해해내야 할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으며, 그러한 감정 소비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그들을 이해의 영역에 가두었던 틀을 벗어던지고, 당연함의 영역으로 가지고 왔다.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냥 그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부류의 사람들일 뿐이다.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어떤 부류의 사람이 존재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니까. 어떤 말도 안 되는, 이해가 안 되는 부류의 사람이 나타나도 그냥 그런 사람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과 말에 의구심을 일절 품지 않는 것이다. 계산대를 비우고 카드 계산을 대신 해오라는 손님에 대 해 여유가 되면 카드 계산을 대신해오고, 그럴 수 없다면 절차에 대해 다시 읊을 뿐이다.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준다면, 이해해보려 하지 않는다. 원인을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을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라는 부류에 넣는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건 그냥 그 사람의 부류에선 당연한 것이니까. 문제가 나에게 있는 것도,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그 상처가 아프다면 그 사람과 멀어지면 되는 것이고, 품을 만하다면 품으 면 되는 것이다.